Show Me The Money
목표는 정했지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학교 수업 과목에서 스포츠 과학을 공부할 기회가 생겨 관련 수업을 듣기도 하고, 저학년 팀들의 경기에 심판으로 참여하며 스포츠 산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 학교의 스포츠 과학 프로그램은 내가 처음으로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지게 해 준 과목이었다. 특히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근육, 인체, 운동 방식, 재활 등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도 벅찼다. 이 과정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한 축구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에 대한 확고한 꿈 덕분인지, 이 과목만큼은 어려움 속에서도 공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꿈을 찾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이해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 친구가 추천해 준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게 되었고,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본 뒤에 나는 잠시 막혔던 혈인 뚫린 기분이었다. 에이전트라는 직업이 있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이 분야에 대해 알아볼수록 스포츠계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걸 깨닫알았다. 영화를 통해 스포츠 산업이 단순한 승패를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거대한 산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축구 관련 학문과 글로벌 축구 비즈니스의 흐름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확고한 꿈이 있었기에 고등학교 졸업 후 영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 대학교를 알아볼수록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컸고, 7년간의 외국 생활로 인한 지침으로 인해, 졸업 후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선택이 단순히 오랜 해외 생활로 인한 지침과 핑계로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하다.)
7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국제학교를 다니며 수능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재외국인 특별 전형이나 수시를 통해 대학교 입학을 시도해야 했지만, 재외국인 특별 전형은 부모님과 함께 해외로 떠나지 않은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대학 입학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난다.
몇 개월 동안 학원을 다니며 영어 자격증을 준비하고, 대학 원서를 작성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1+3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대학교에서 1년을 다니고, 미국 대학에서 3년을 공부하는 형태였다. 외국 생활에 지친 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고 대학에 빨리 들어가야 했기에 결국 1+3 전형에 지원하게 되었다.
1+3 프로그램에 지원한 후, 나는 한국 대학교에서 1년 동안 열심히 학업에 매진했다. 중·고등학교를 외국에서 다녔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대학 생활은 나에게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오랜 외국 생활 끝에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물론, 공부는 예외였지만...
1년이 지나 미국으로 떠나야 할 시기가 다가오자 마음이 복잡했다. 외국 생활의 피로와 한국에서의 적응이 막 끝난 상황에서 다시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일이었기에, 나는 미국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미국으로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