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평야 ; 꿈
낯선 곳으로 떠나기 싫다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매일 학식에서 맛있는 음식을 자유롭게 먹는 게 즐거웠고, 학교 안에 잘 갖춰진 체육관에서 풋살, 농구, 라켓볼, 배드민턴, 실내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미국에서의 첫 1년은 새로움과 재미, 그리고 약간의 적응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공부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러나 즐거웠던 시간도 잠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국방의 의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인생의 낭비로 여기고 나 또한 군대에 가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기에, 미국에서 1년을 보낸 후 한국으로 돌아와 군 입대를 준비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군대를 다녀오면 변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나 역시 의무적으로 입대한 군대에서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며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성장의 시간을 가졌다. 복학 후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며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많은 동기들이 더 좋은 대학교나 도시로 편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편입을 고려하기도 하며 복학 후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군 입대를 추천하는 건 아니지만!)
체감상 제일 길었던 2년의 병역 의무를 마친 뒤, 2달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역하자마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역 다음날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부지런함 하나는 제대로 챙긴 채로 전역을 맞이했다. 두 달 동안 아르바이트와 사회생활에 적응하며 미국으로 복학할 준비를 마치고 2학기부터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편입을 고민하다가, 빠르게 현재 학교에서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여름 방학에도 수업을 들으며 그동안 밀린 시간들을 메꿨다.
대학 생활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군대를 다녀오고 미국으로 복학한 뒤, 스포츠 경영을 전공하면서 대학 생활은 유난히 바쁘고 흥미로웠다. 학교 생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들이 나를 성장시키며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했다. 텍사스 댈러스 근처에서 지내며 FC 댈러스 팀에 관심이 생겼고, 졸업 후 이곳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되었다. 이후에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에서 경력을 쌓고, 최종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K리그 구단에 입사하여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포부도 생겼다. 당시에는 자신감이 넘쳐 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대학 생활은 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것이 중심에 있었다. 학교에서 스포츠 경영 관련 수업을 듣고, 시간 날 때마다 직접 공을 차기도 하며, 친구들과 경기장에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스포츠 외에도 평범한 대학생처럼 공부도 하고, 때로는 연애도 하며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렇게 마지막 학기가 다가오자 현실적인 고민들이 시작됐다.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점차 커졌고, 나도 친구들처럼 '취준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