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언어
축구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에게 외국인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태국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중요한 수단이었다. 태국 유학이 결정되었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외국 친구들과 축구할 때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내가 유일하게 준비하고 공부한 것도 축구할 때 사용하는 영어 단어들이었다.
“Pass, Pass, Shoot!”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일주일에 적어도 네 번 이상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했다. 영국 출신 선생님들이 많아서, 매주 금요일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선생님들과도 함께 뛰었다. 학교에는 U15, U17 클럽팀이 있었는데, 이 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매년 학기 초에 열리는 경기 결과를 통해 선발되어야 했다. 나 역시 팀에 들어가서 지역 팀들과 시합해 보고 싶었기에 지원했지만, 첫 번째 시도는 탈락으로 끝났다. 타지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축구였기에 탈락의 결과는 더 실망스러웠다.
나름 축구는 잘한다고 (일반인 기준) 자부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딱 나를 두고 하는 소리였다 ㅎㅎ.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놓지 않았다.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믿었고, 팀에 선발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결국 포지션 변경과 끊임없는 연습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매년 꾸준히 팀에 선발되어 학교 대표로 뛰게 되었다.
6년 동안 학교 축구팀에서 뛰면서, 한국인은 매번 나 혼자일 정도로 축구에 대한 내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고등학교 때는 팀의 주장도 맡으며 내성적인 성격에서 조금씩 외향적으로 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친구들, 선배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소통하고, 타지에서의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 가는 나 자신을 보며 축구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갔다.
(주장의 자리에서 많은 것을 배우 시간이었다. 주장으로서 말도 많이 해야 했고, 그마저도 영어로 해야 했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내 성격과 맞지 않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보다 축구를 훨씬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축구를 계속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전문적인 축구 유학을 목적으로 태국에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축구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꿈은 일찍이 접게 되었다. 그럼에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해, 축구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자는 목표를 이때부터 세우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학교 수업 후 학원을 다니며 늘 또래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지만, 태국 유학 이후에는 학교 수업에만 집중하며 비교적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생활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내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태국에서 찾은 축구와, 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