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없이 내린 결정
학교를 열심히 다니며 방과 후에는 매주 축구를 하면서 꿈을 위해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던 나에게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이 찾아왔다
“ 수홍아, 태국에 있는 학교 가서 공부해 볼래?”
부모님이 태국에 있는 국제학교 팸플릿을 보여주며 유학에 대해 물어보셨다. 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들어본 나는 신기하게도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부모님의 권유에 YES라고 대답했다. 부모님이 업무차 태국에 출장을 다녀온 후 그 학교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학교를 방문한 뒤 가져온 팸플릿을 나에게 건네면서 유학 여부를 물어보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 순간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큰 결정을 내렸을까... )
팸플릿을 건네받은 나는 망설임 없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영어를 배우며 미래를 위한 투자로 유학을 보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유학을 가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팸플릿을 받은 순간 내 눈에는 넓게 펼쳐진 초록색 잔디와 축구 골대가 바로 들어왔다.
학교 팸플릿을 건네받았을 때, 내 눈에는 푸른 잔디와 함께 펼쳐진 학교 운동장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매일 모래밭 위에서 공을 차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부모님이 보여준 학교에는 잔디 구장과 함께 학교의 모습이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고, 실내 운동장, 수영장 등의 시설들도 소개되어 있었다. 사진만으로도 정말 매력적인 학교임을 느낄 수 있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학교의 모습은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서나 볼 법한 학교 같았다.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잔디운동장이 아닌 모래밭 운동장이어서 잔디 위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나에게 정말 귀한 일이었다. 1년에 많으면 두 번, 학교 클럽 축구부 팀들이 한 곳에 모여 천연잔디 구장에서 대회를 치르는 시간이 유일하게 잔디 위에서 공을 찰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잔디구장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곳이었다. 그런데 천연잔디 구장, 실내 농구장, 축구장, 수영장 등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시설로 이루어진 학교의 모습은 나를 설득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알파벳조차 모르고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단순히 외국인들과 축구를 할 생각에 들떠 태국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