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RROW가 뭐야?
유학하면 보통 미국, 영국, 캐나다 같은 영어권 국가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나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영어가 아닌 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태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태국에 위치했지만 영국 교육과정을 따르는 영국 국제학교였다. 그래서 모든 수업은 원어민 선생님들과 영어로 진행되었고, 마치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지 그 배경이 태국이라는 것만 달랐다.
유학이 결정된 후, 나는 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던 만큼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마음으로 태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향신료가 가득한 태국 음식이 낯설었고, 무더운 날씨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 공항에서부터 "내가 과연 이곳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미 결심한 유학이었고, 부모님도 많은 준비를 하셨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었다. 반 배정 테스트를 마친 뒤 한국에 잠시 돌아가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다시 태국으로 떠나며 나의 첫 해외 유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A, B, C, D 알파벳도 다 외우지 못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외국인 한 명
부모님 없이 처음으로 태국으로 유학을 떠난 나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나는 영어 알파벳조차 잘 모르는 상태였고, 같은 반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어려웠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숙사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나는 영어도 태국어도 서툴러서 친구들에게 종종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Shower tomorrow? "내일 샤워할 거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Tomorrow'라는 단어를 몰라 무작정 '예스'라고 답해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바디랭귀지와 전자사전 같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나의 의사를 전달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적응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더 강하고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지 않았나 싶다.
코 끝을 찌르는 향신료와 고수의 향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