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누구에게나 인생의 터닝포인트, 사건들이 있기 마련이다. 2002년 한국 축구 4강은 한국 축구의 역사이자 나의 터닝포인트였다. 특히, 포르투갈 전에서 박지성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공을 성공시키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장면을 보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공을 던져보라고 한 다음, 가슴으로 잡고 때리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당시 경기 종료 후, 도로 위에서 클락션을 울리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환호하던 모습은 내 인생에서 처음 겪은 짜릿한 경험이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 나는 그때의 전율을 잊지 못하고 멋진 플레이로 골을 넣어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전에는 축구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내가 축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축구부에 들어가야 했지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엘리트 축구팀이 없었다. 대신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인 클럽팀이 있었고,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나는 클럽팀에 가입하게 되었다. 4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하면서 룰을 배우고, 경기를 뛰고, 축구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내 안에 축구가 큰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축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강렬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점심시간에도 친구들과 공을 차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축구화를 챙겨 공을 차기 위해 준비하던 내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비록 전문적인 팀은 아니었지만, 대회에 참가해 나보다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경기에 나서기 위해 누구보다 방과 후에 열심히 뛰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씩 늘어가는 실력에 재미를 느끼며, 경기에 나서는 기회도 함께 늘어갔다.
이때만 해도 나는 내가 축구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도전과 좌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노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축구를 계속할수록 경기에 뛰기에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내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축구는 단순히 공을 차는 것이 아니라, 팀워크, 전략, 끈기 등 많은 요소가 결합된 스포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