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초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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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바뀐 밥집

by 시냇물 Jan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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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산책을 하면서 속초 부근 오만곳을 다 다닌다. 청초호나 동명항 부근까지는 걸어서 다니고 그보다 먼 곳은 차로 이동해서 걷는다. 물론 우리 부부의 최애 산책코스는 영랑호지만 종종 청초호 주변도 다닌다.      


청초호를 갈 때는 집을 나서 오른쪽으론 후포식당을 지나 칠성조선소 쪽으로도 다녔고 왼편으론 아바이마을 통과해 청호동의 어판장을 지나 청초호를 돈다. 가는 길에 다이소에 들려서 필요한 물건들 찾곤 해 꽤 긴 시간을 호수변에서 보낸다.      


밥 때가 되면 주변을 살펴 편안한 곳을 찾는다. 집밥, 해장국, 막국수 등 수수소소한 곳을 들른다. 하루는 한식 뷔페집이 문을 닫아 바로 옆 아주 평범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이름도 촌스럽기 그지없다. 점심시간이 좀 지났지만 손님들이 두세팀이 있고 주인의 손길이 바쁘다.     


우리가 자리를 잡자 단일메뉴 백반상을 차려준다. 따끈따끈한 밥, , 반찬류가 착착 놓여진다. 지극히 평범한 식단이지만 갓차려 낸 음식들이 먹음직스럽다. 8천원의 행복을 느낄만한 식당이다. 가성비 높은 점심의 추억을 아내와 공감하며 몇 번을 더 다녀왔다.      


그 식당은 젊은 여성과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여성 두분이 바지런히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을 한다. 누가 주인인지 구분은 잘 안된다. 바쁠 땐 손님들이 카드결재도 스스로 하고 나간다. 속초가 워낙 좁은 지역이라 지인들로 보인다.


우리도 반단골이 되어 그쪽 부근에 가서 밥 때가 되면 자연스레 발길을 향했고 주인과 안면을 조금 익혀 인사는 하나 편하게 말을 튼 사이는 아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도 밥 때가 되어서 그 식당에 들어가니 일하는 분들이 바뀌었다. 인원도 두 명 많아졌고 나이들이 좀 들어 보이며 손님들과 여유롭게 농담중이다. 주문을 하니 바로 밥상이 차려진다.


서빙과 메뉴는 지난번과 비슷한데 밥맛이 이상하다. 뭘까 생각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주방 쪽에 밥, 생선구이, 나물류 등 반찬이 주욱 차려져 대기하고 있다. 이게 이상한 밥맛의 원인이 아닌가 모르겠다.   

   

점심 때 손님들이 붐비니 신속한 서빙을 위한 준비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나오면서 물어보니 주인이 바뀌었다 한다. 아내는 다음부터 안오겠다고 한다.       

 

식당의 간판부터, 집기류, 메뉴, 가격까지 하드웨어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지만 소프트웨어가 변한 것이다. 그 소프트웨어의 변화란 음식을 미리 준비해 놓은 점과 한창 바쁜 점심시간에 손님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 것이다.


요리를 미리 준비해 놓으니 미지근한 밥, 식어버린 구이, 촉촉한 싱싱함이 없는 나물반찬이 서빙되어 우리가 기대하는 한국밥상의 맛을 잃게 된다는 측면과 한창 바쁜 점심시간에 손님과 한가롭게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직원을 운용한다면 인건비 증가는 필연적이란 것이다.     

 

따뜻한 밥과 국, 싱싱한 반찬이 집밥 최고의 맛임과 인건비 절약이 집밥식당  경영의 핵심임을 새 주인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식당을 인수하기전 이 식당이 제법 잘되니 비슷하게 하면 되리라 우습게 보지 않았나 싶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식당을 인수했을 텐데...망할까봐 걱정이 된다. 지인들도 한두번은 체면 때문에 들리지만 손님들 입맛은 정확하고 발걸음은 냉정한 것이다.   

   

그리곤 우리도 두어달 그쪽으로 발길이 뜸해졌었는데 지난주 부근을 지나며 보니 아직 간판이 그대로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심기일전 해서 달라졌는지 아니면 왜 손님이 안오지 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는 지는 알 수 없다.    

  

이 작은 집밥식당에도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되는 것이다. 전국에 식당이 40여만개나 되며 매년 10만여개가 창업하고 10만여개가 폐업을 한다고 한다. 성공확율 3%인 자영업 식당! 많은 사람들이 희미한 희망의 등불을 쫒아 쉽지않은 도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냥하면 안된다. 사자가 토끼 한마리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하듯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마치 헤밍웨이의 소설에서 청새치의 앙상한 뼈만 가지고 돌아오는 노인처럼...세상 만만히 볼 일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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