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의 주말초대

초등학교 5학년, 공원, 베스킨라빈스, KFC

by 똘맘

나의 주말은 평범했다.

일요일 아침, 8시부터 하는 만화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나 TV앞에 앉아 있었고 만화가 끝날때쯤 부모님과 집안 청소를 하고 아침밥을 먹었다.

그 후 홈플러스에 쇼핑을 가서 장을 봐온다.

한 주 먹을 거리를 담으면서 엄마는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너만 같이 오면 산게 너무 많아져!!"


과자 한두개와 먹고 싶던 음식 하나 정도를 담았을 뿐인데 엄마는 항상 저 멘트를 날렸다.

나는 무슨 큰 반항이라도 한듯 어깨가 으쓱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면 12시~1시가 되어 간단히 밥을 차려 먹은 후 낮잠 타임이다.

3시경 부터는 TV 앞에 앉아 TV를 보거나 방에서 혼자 혹은 동생과 같이 놀았었다.


대부분의 주말을 이렇게 보냈고 특별한 일은 아빠가 낚시를 가는 날 따라가는게 고작이었다.

이런 주말을 부모님은 나에게 아주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왜 그랬는지, 어떻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네 초대를 받아서 가게되었다.


친구네 아빠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간 후 KFC에 들려서 치킨을 포장했다.

큰 닭다리와 짭조름한 치킨맛, 코우슬로우와의 조합!!

동네 치킨만 먹어 본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aleks-dorohovich-HYpXP6Zk1dw-unsplash.jpg Photo by Aleks Dorohovich on Unsplash

치킨을 포장한 후 베스킨라빈스를 들려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이때 두번째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날이 내 첫 베스킨라빈스 방문이였다.

처음 보는 신기한 아이스크림을 보면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신기한 색인 민트 초코를 시켰다. 초코가 씹히는 치약맛 아이스크림이라니!! 신세계였다.

mak-n4oOA_M1HUE-unsplash (1).jpg Photo by Mak on Unsplash

그 후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서 동네 공원으로 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지만 한번도 부모님과 함께 가지 않았던 공원으로 갔다.


그 곳에서 돗자리를 피고 KFC 에서 산 치킨을 펼치고 먹기 시작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서 생전 처음 맛있는 치킨을 다른 가족들과 먹고 있다니...

그때는 마냥 좋았지만 지금 생각 해보면 서글프기도 하다.

jennie-clavel-G0zoYDFvUXQ-unsplash.jpg Photo by Jennie Clavel on Unsplash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캐치볼과 공기놀이...

친구네 아빠는 친구의 남동생과 캐치볼을 하기 시작했고 친구 엄마는 우리와 함께 공기 놀이를 시작했다.

난 그날 캐치볼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고 엄마 아빠와 함께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렇게 불편한 행복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 일이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라 부모님께 말씀 드렸는데 부모님은 엄마아빠는 힘들어서 쉬어야 한다며 화를 냈었다. 더 이상 부모님께 말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집은 흙수저의 전형이고 친구네집은 그때 친구네 집은 유치원을 운영중이어서 굳이 따지자면 은수저급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후 친구가 전학을 가고 소식이 끊겨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 지대한 충격을 준 하루를 선물 했다.


내가 흙수저일 수 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는 흙수저의 생활로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과 함께 갔던 자연농원, 서울랜드, 63빌딩은 모두 초등학교 이전이었다.

그 후에는 우리를 위한 주말은 없었다. 모두 어른들을 위한 주말이나 가족행사, TV를 보는 일밖에 없었다.


집이 가난해서 KFC나 베스킨라빈스를 못간건 결코 아니다.

일주일에 2번씩은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주었고, 동네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냉동고에 쌓여있었다.

부모님은 우리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을 노동이라고 생각하고 귀찮아 했던 것 같다.

그 이유 때문에 더 큰 세상을 보고 상상의 날개를 펼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똑같은 콩을 심었어도 환경에 따라 콩의 상태는 달라진다는 것도 공감할 것이다.

부모가 TV만 보는 주말을 보내면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책을 읽는 주말을 보내는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만약 부모가 이런 주말을 선사 했다면 부모를 탓하지말고 자신의 주말을 본인 스스로 깨워봤으면 한다.

흙수저 탈출!! 행복한 부자 되기의 여정은 계속 됩니다.


keyword
이전 09화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화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