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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Nov 07. 2023

캐나다 시골에서 맞는 첫 할로윈!

나는 할로윈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세대다. 

한국에는 핼러윈이 영어 학원을 중심으로 학원 아이들끼리의 파티였고, 영어학원을 한 번도 다녀보지 못한 나에게는 핼러윈이라는 것은 클럽에서 분장하고 노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마저도 참여 한 번 못해 보고 지나갔다. 
돈 때문이었는지 내가 관심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하지만, 캐나다에 오니, 9월부터 핼러윈 용품을 진열해 놓았다.
나는 '저런 것을 사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할로윈 코스튬부터 시작하여 장식품, 컵, 접시, 사탕, 젤리, 초콜릿 등등 할로윈 용품이 이곳저곳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달라라마에서 판매되고 있던 상품들을 구경해 보자면, 

모자와 가발, 가면, 각종 학용품.

아이들이 가볍게 분장할 수 있는 날개, 리본, 치마, 인형, 스티커와 책

분장 스티커, 사탕 가방, 야광 스티커

차에 매달고 다니는 손과 발, 각종 뼈들과 으스스한 장식품들

호박 카빙 용품과 장식품

아이들에게 줄 껌, 사탕, 젤리들도 신기한 모양으로 팔고 있었다. 물론 나는 사지 않았다. 

할로윈 전에 Pumpkin Caving 을 도서관에서 한다고 하여 아이들에게 문화 체험을 시켜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다녀왔다. 


카빙 할 디자인을 고르고,  미니 톱 같은 것으로 머리 위를 파내고 속 안을 긁어내고, 


디자인에 맞추어 파면 끝! 쩡이가 고른 디자인이 박쥐가 있는 초승달 모양이었는데, 결론은 망했다. 

기왕이면 눈, 코, 입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처음인데 너무 잘 했다고 물개 박수를 쳐주면서 아이의 기를 살려주는 것은 엄마의 몫! 
내년 카빙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 옷을 어떤 걸 입힐까? 고민을 했는데, 쩡이는 기껏 사 온 마녀 옷을 안 입겠단다.
그 이유는 여러 개를 대고 있지만 그런 드레스를 입고 학교를 가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이었나 보다. 
그럼 어떤 것을 하고 가려고 하냐는 물음에 좀비를 하고 싶단다... 

 전날, 내가 먼저 화장을 한 번 해보니 아이들이 마음에 든다고 하여, 다음날 아침부터 좀비 화장 시작! 

쭌이는 덩달아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해서 좀비 남매 탄생!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에 저녁때 Trick or Treat 을 하면서 그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기 위해 작은 선물에 쪽지를 적어서 준비했다.  딱 14집만 돌고 와야지, 생각을 하며 14개를 준비했다. 

드디어 저녁 6시, 어둑 어둑 해지기 시작하여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핼러윈 장식이 꾸며져 있는 집으로 향했다. 다른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한 집 한 집 방문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신이 나서 모르는 집 문을 두드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Trick or Treat!


정말 감사하게도 상냥하게 아이들을 맞이해 주면서 사탕도 많이 주고 어떤 곳은 아이를 집 안까지 데리고 들어가서 원하는 것을 고르라고 해주기도 했다.  장식을 많이 해 놓은 집에는 아이들이 몰려갔다.


어떤 장식은 아이가 문을 여니 드라이아이스 연출이 되면서 모든 귀신들이 움직이는 집도 있었고,
노래가 흘러나오는 집도 있었다. 정말 할로윈에 진심인 듯 보였다.


아이들이 장식 많은 집을 가다 보니 장식이 작은 집에는 사람이 뜸했다. 아이들을 내려주고 무심코 남의 집 창문을 보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앉았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올까 봐, 일어나서 사탕을 준비했다가 또 다른 집으로 가는 것을 보고 다시 앉았다가... 
그 모습이 너무 감사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장식이 조금 단출한 그 집을 방문했다.


Thanks for bring your kids.


네? 저희는 무료 사탕을 얻으려고 왔는데, 방문해 줘서 고맙다고요?? 
갑자기 가슴 한편 이 뭉클해지면서 형용할 수 없는 따듯함이 몰려왔다. 

사실, 책갈피 선물을 준비 한 이유는 미안해서였다.
이민자 아이들이 사탕을 받으러 가면 싫어할까 봐, 남의 잔치에 숟가락 얻어 놓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딱 14곳만 방문하자고 했는데, 벌써 30개가 넘는 집을 맨 입으로 방문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선물을 받은 집의 반응은 "왜 이걸 나에게 줘?" 같이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떠나고 선물을 본 후에 다시 문밖으로 나와서 " I LOVE THIS!"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었다. Give and Take를 하지 않으면 민폐라고 배웠기에 나름 준비 한 것인데... 
핼러윈에는 해당되지 않았던 선물이었나 보다.. 할로윈은 아이들에게 이웃집 어른들의 사랑을 나누어 주는 그런 날이었다. 


집에 할로윈 장식을 꾸미며,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사탕을 준비하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었을까? 
아마 준비하는 행동 자체에도 사랑과 설렘으로 채워지지 않았을까?
이 눈물이 핑 도는 관경을 보여주기 위해,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또 몇 집을 방문했다. 


아이들은 1년 동안 런치 박스에 넣을 스낵을 사지 않아도 좋을 만큼 넉넉히 간식을 받아왔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아이들은 고단한 하루였는지 바로 골아 떨어졌는데, 나와 남편은 두근거림 때문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우리 정말 캐나다 잘 온 것 같아."


아이들에게 무서움을 In put 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귀신이 오는 날이라는 발상은 싫다. 할로윈이 뿌듯했던 이유는 공짜 스낵 때문이 아닌 남을 위한 넉넉한 마음을 받고 그리고 내가 베풀 수 있기에 아이들이 이런 사랑을 체험할 수 있기에 우리의 선택에 대해 또 한 번 뿌듯함을 느꼈다. 


내 다음 세대를 위해서 베푸는 곳, 그 덕분에 캐나다에 이민을 와서 힘들지 않게 적응하고 있다. 
나는 시골이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다른 지역에 몇 년 사시는 분들은 아시아 사람들이 이민 오면서 이런 문화가 사라지고 있어서 아쉽다고 했다. 우리도 훗날 하우스에 살게 되면 꼭 받은 것을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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