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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Nov 14. 2023

캐나다 시골에서 아이들과 주말 보내기

캐나다 시골은 아이들과 갈 곳이 별로 없다. 

특히나 다가오는 겨울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하다.
일단 이번 겨울의 목표는 아이들이 Reading 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
한국에서 영어책을 가득 붙였다. 

하지만 몸으로 한창 노는 나이인데, 주말에 집에만 있을 수 없고, 또 집이라고 해도 호텔에 있는 방 하나 짜리 작은 곳이라 아이들이 뛰어놀만한 공간이 없다. 

봄, 여름, 가을에는 집 앞 공원도 가고 놀이터에서도 뛰어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11월부터 시작되는 긴 긴 겨울은 고민이 많다. 

남편이 주 6일 근무라 일요일만 쉰다.
주 5일 일을 했으면 없는 돈 쪼개서 어딜 놀러 가볼까 생각하면서 엉덩이가 들썩거릴 텐데 일요일만 쉬기에 그만큼 아무 곳도 여행을 갈 수 없다.
많은 곳을 가지 못해서 아쉽다고 해야 할까? 생활비가 적게 들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의 일요일 아침은 대게 성당으로 시작한다.
무교이지만 성당을 가면 영어 한 시간을 들을 수 있기에 영어를 들으러 성당에 간다.
그 후 Wholes sale 과 CO-OP을 방문하여 일주일 먹을 음식을 사 오고, 아이들과 시에서 운영하는 키즈카페로 향한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실내 인조 잔디 운동장, 키즈 시설, 농구장, 운동 기구들이 있는 곳인데, 
Family 요금이 $19 다.   하루에 $19 만 내면 하루 종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놀다가 먹을 수 있게 식빵에 잼을 바른 것과 과일을 조금 챙겨서 키즈카페에 앉아서 먹으면서 놀기 시작한다.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부쩍 많아져서 아이들도 신이 난다.
학교 친구도 만나고 또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놀자고 물어보고 놀기도 한다. 

이번 주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와 친구가 되었다고 하면서 둘이 잔디 밭에서 공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또 이 아이가 간 후에 Class mate 가 왔다면서 어떤 남자아이와 함께 농구를 하러 2층으로 올라갔다.
만 8살이라 한국에서는 남자 편 여자 편 갈라서 놀던 쩡이가 남자아이가 자기 친구라면서 반가워하며 따르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그 남자아이가 집에 간다고 가는데도 쩡이가 내려오지 않아서 2층을 올라가 보니, 혼자 농구를 하고 있었다.


사람은 혼자도 놀아야 해!


참 대견한 마음에 우리 부부는 트랙을 걷고 있을 테니 농구를 하면서 놀고 있으라고 했는데, 다음 트랙에서 보니 키즈 시설에서 놀고 있던 쭌이가 올라와서 함께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그다음 트랙에서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하키채를 꺼내 와서 모르는 남자아이들과 대결을 하고 있었다.

처음 발견했을 때 쭌이는 하키 채를 어깨에 메고 공만 따라다녔는데, 트랙 2바퀴를 더 돌고 오니 어깨에 있던 하키 채가 땅으로 내려와서 얼추 하키를 하는 아이처럼 땅을 끌고 다녔다. 


아이들은 역시 안 볼 때 크는 거야.


이번 주는 11시부터 4시까지 총 5시간을 놀다가 왔다. 함께 놀던 아이들은 4번 바뀌었다. 
영어도 못하는 아이들이 새로운 친구들을 잘도 만드는 게 신기하고 대견하다.

한국에서도 모르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노는 것을 잘 하던 애들이었는데, 캐나다에 오니 더더욱 잘 한다. 캐나다에서는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곳 같다. 모르는 친구도 함께 놀자고 하고 하루 종일 뛰어 다니고 함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가 되면 느끼는 감정이지만, 아이들이 노는 것은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고 행복하다.
캐나다에 오면서 아이들에 대해 걱정했었는데, 정말 어른 걱정만 하면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실히 깨닫는다.
아마 이번 겨울은 키즈카페와 수영장, 딱 두 곳을 번갈아 가면서 길고 긴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아이에게 다양한 것을 보여주는 것도 결국엔 나만의 욕심이고 아이는 똑같은 곳을 가던 아무 곳도 안 가던 어디에서나 재미를 느끼며 자라는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는 주말에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살았었는데, 
시골에 있는 덕분에 단조로운 삶이 주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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