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초대 손님은 한국 나이로 초등학교 2학년, 캐나다에서는 Grade 3, 8살인 우리 딸 쩡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 지내다가 왔고, 영어를 가르치지 않고 왔기에 처음에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던 전형적으로 '맨땅에 헤딩' 한 케이스의 아이다.
이민을 준비 하면서 아이에게 왜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냐면서 핀잔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대답은 어차피 이민을 갈 것이고 서바이벌 잉글리시를 시작 할 것이고, 나 또한 22살 때 필리핀에서부터 시작한 영어로 지난 10년을 먹고 살았기에 그리고 늦게 시작한 영어였어도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힘들지 않았는데, 왜 돈을 낭비하면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대답 한다.
주말에 아이에게 캐나다와 한국 공부의 차이점을 물어봤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한 달에 한번 정도 한국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는데,
그 집 부모가 쩡이에게 "한국이 좋아 캐나다가 좋아?" 라고 물어보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캐나다"라고 답한 것에 의문을 가져서 이번 주말에 시간을 가지고물어봤다.
나 같은 입장의 부모는 한국에서 살면 남의 눈치도 보이고 먹고 살기 힘들고 들어갈 돈이 많으니 이 곳에서는 경제적인 압박에서 벗어났으니 말은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더라도 그냥 내 멋대로 살면 되는 캐나다가 편한데, 8살짜리 아이에게는 말 통하고 친구들이 있던 한국이 더 좋을텐데... 왜 캐나다가 더 좋을까?
캐나다에 와서 좋은 점은 뭐야?
첫째, 공부를 안 해서 좋다.
수학이 더하기 빼기만 해서 쉽고 한국에서는 의자에 앉아서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데, 이 곳은 나가서 노는 수업이 하루에 3번 있어서 운동장과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선생님은 안전 선생님으로 변하여 안전 조끼를 착용하고 아이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면 제지 할 뿐,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철봉에 대롱대롱 거꾸로 매달아 있든 혼자 앉아서 바람을 쐬고 있든 상관 없다고 한다. 또한 수학공부도 한국의 공부처럼 꼬아서 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하기, 빼기, 곱하기 정도로만 편하게 시켜서 좋다고 했다. 어찌 보면 요새 수학은 창의성을 중점에 둔다고 하면서 성인이 풀기에도 애매한 것을 초등학생에게 강요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어려운 것으로 간주하고 접근조차 하기 싫은 것으로 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둘째, 친구들이 (남자 친구들도) 잘 놀아 준다.
한국은 삼삼오오 집단이 중요하여 다른 친구랑 놀면 삐지기도 하고 화를 낸다고 하고, 남자와 여자가 분리되어 마치 적인 것처럼 남자친구들과 여자친구들이 분리가 되어서 노는데, 이 곳은 남자 친구들과도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리는 것이 한국 보다 쉽다고 했다. 또 남자친구들이 험악하지도 않고 여자친구들이 내성적으로 앉아서 놀기만 하지도 않고 모두 성별을 떠나 그냥 '아이들'로써 논다.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관대하여 놀이터를 갈 때면 대부분 처음 본 친구들과 친구를 하여 잡기 놀이도 하고 게임도 하다가 온다. 쩡이와 쭌이가 워낙 사교성이 좋은 것도 한 몫 하지만, 영어를 못 해도 함께 놀아 주는 그 친구들이 참 고맙다.
셋째, 친구들이 화를 내지 않고 잘 알려준다.
캐나다 놀이터에서 놀랜 것 중 하나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치는 경우가 없다.
나 혼자 아이에게 "안돼!", "하지마", "쭌!" 을 연발하고 있다. 고치려고 하지만 차라리 눈 감고 있는 것이 낫다. 헌데, 다른 아이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소리치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위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으니 아이들도 화라는 감정이 적은 것 같다. 쩡이가 잘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친구들이 화를 내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알려준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남매 사이도 더 돈독해지고 서로 이해를 하거나 가르쳐 주려는 행동으로 변하고 있다.
쩡이의 공부를 옆에 앉아서 시키고 있는데, 쭌이가 나에게 말을 걸며 자기 것을 먼저 해달라고 하니 쩡이는 너그러운 억양으로 "쭌아, 엄마가 지금 내 공부 먼저 도와주고 있으니, 다 끝나면 네꺼를 도와줄꺼야.기다려." 라고 말을 했다. 공부를 시키는 것을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화를 내기보다는 말로 이해를 시켜주는 것도 참 많이 변하고 대견했다.
넷째, 인사를 잘 한다.
이것은 나도 캐나다 시골에 살면서 너무 환영하는 부분이다. 모르는 사람도 인사하고 차를 타고 가면서도 양보를 해주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길을 걸을 때도 차에 탄 사람이 인사를 하고 지나가고, 모르는 사이에도 인사를 받고 또 하고 오면 마음이 따듯해 짐을 느낀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 인 것처럼 아이들 또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인사를 잘 하나보다. 누가 나에게 인사해주기를 바라기 보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사는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인데, 일찍 발견하고 그 것을 행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낼 수 있어서, 또 그것을 잘 따라와주어서 감사하다.
다섯째, 질투가 없이 칭찬을 잘 해 준다.
이는 성인과 아이 사이가 아닌 아이들과 아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행동들이다. 쩡이는 한국 태권도 학원에서 줄넘기를 배웠기에 학교에서 줄넘기가 보이면 본인의 능력을 뽐내고 하나보다. 한국에서 본인의 능력을 뽐내면 "내가 더 잘하거든!" 이라고 말하고 해보라고 하면 잠깐 어디 갔다오겠다며 도망간다는데 이 곳에서는 쩡이가 줄넘기를 잘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잘한다고 친구들이 칭찬을 해주면서 "나도 알려줘!"라고 한다고 한다. 그럼 쩡이는 선생님이 되어 친구들에게 친절히 어깨를 돌리지 말고 손목을 움직여서 해야 한다고 알려준다고 한다. 그림을 그려도 옆에 친구가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주고 달리기를 잘 해도 친구가 잘 한다면서 칭찬을 해준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속도 깊지.. 그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캐나다에 적응하기가 쉬운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참 대단하고 감사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무심코 한마디를 던졌다.
네가 영어를 못하는데도
참 아이들이 친절하고 잘 놀아서 신기해,
내가 이 말을 하자마자, 아정이가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내면서 큰소리로 이야기 한다.
아닌데? 나 영어 잘하는데?
다들 나보고 영어 잘 한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한국에서는 60점은 못하는 것인데, 여기서 60점은 "60점이나 맞았네! 잘했어!" 라고 표현을 하나 보다.
초등학교 2학년 받아쓰기에서 60점을 맞았다고 인생의 낙오자니 노력 부족이라던지 집중력이 없다던지 누굴 닮아서 저러냐느니, 다른 엄마랑 전화를 하면서 내 아이를 흉본다든지, 60점을 맞아서 못했다고 핀잔을 받는 아이들은 자존감도 내려가고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히는데,
이곳에서는 60점이나 맞았으니 이제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채워주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한없이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맨땅에 헤딩 시켜놓고 무책임하게 영어를 못한다고 하다니, 나도 참 못난 엄마다.
인생의 가치가 돈이나 공부가 아니니 배관공(Plumber)을 해도 의사 (Doctor)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그 돈으로 지역사회에 기부를 하는 것이 내 명예를 높이는 일이고 누구 하나 무시하지 않으니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고 칭찬을 해주는 문화가 있는 곳이 캐나다 인 것 같다.
위에 말한 이유로 우리 딸은 캐나다에서 있는 것이 너무 좋다면서 친구들에게 조기유학을 권하고 있다.
여기 오면 공부 조금만 해도 되고
많이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너도 캐나다에 와!
친구에게 캐나다를 추천하는 이유가 참 간단하지만, 정말 우리에게 필요로 한 것은 1930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log를 푸는 방정식, 모호로비치치불연속면이 무엇인지 , Cos Sin Tan 공식이 어떻게 되는지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처음 보는 사람과 어떻게 친해 지는지,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고 이해를 시키거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질투를 하지 않고 좋은 점을 배우는지 그리고 칭찬을 해주는지, 자유 시간을 친구들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일 아닐까?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