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영주권을 딴 후,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만약에 원한다면, 캐나다 시골에서 남편은 영주권을 따기 위해 일했던 식당에서 계속 일을 하고, 나는 사무직으로 일을 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며 집값 저렴한 곳에서 여유로운 시골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대도시로 나가면, 돈이 훨씬 많이 들어!!
시골 사람들은 도시로 향하는 길을 두려워했다. 아니, 돈이 많이 들기는 한다. 그들이 맞는지도 모른다.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린 영주권 후 또 한 번의 도전을 실행하기로 했다. 캐나다 유학..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오자!"
맞벌이를 한다면 아이가 2명이 있는 우리 가족에게 나오는 Child Benefit 덕분에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도 살만한 곳이다. 외국인 노동자로 살면서 한 명 당 250만 원씩 번다면, 월 500만 원에 차일드 베네핏까지 더하면, 얼추 600만 원으로 월세 200만 원 내고, 식비와 생활비 200만 원 쓰고 200만 원은 적금도 가능하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 후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살지 않아도 되니, 영화관을 가거나 비싼 옷이나 가방, 장신구를 사거나 외식도 안 해도 된다. 남에게 보여줄 필요 없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틀을 갖추었다.
하지만 " 내 인생을 현재에 만족하며 지낼 것인가?"라는 물음이 다가온다.
이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잘하면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이고 못하면 비난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란 저 사람과 처음 만난 날 그 사람이 무엇을 입었는지 생각을 해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냥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
글을 쓸 때도 처음에는 어플을 깔고, 댓글에 하나씩 답변을 하고 나에게 좋아요를 눌러준 고마운 사람들의 글을 찾아다니며 하트도 눌러주고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마음을 쏟으면 내가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하고, 상처받는 일들도 생기기에, 어플도 지우고 내가 글을 쓸 때만 접속을 하고 댓글을 확인한다.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으니 시간도 많아지고 자유로워졌다. 그 남은 시간에는 현실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며 살아간다. 사실, 내 글은 남이 아닌 나에게 스스로 쓰는 편지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기에, 이민 올 때 처음 생각했던 생각이랑 지금이랑은 천지 차이다.
마사지 학교 학비
2년 동안, 2,600만 원
만약 옛날의 나라면, 가난해질 수 있는 용기가 없었기에,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나에게 투자조차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이 없으면 큰일 나는지 알고, 제왕절개를 하고 3일 후부터 일을 하던 나를 회상하면 우습지만, 그때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의 일화 중에 내 가난할 수 있는 용기에 도움을 준 것은, 일론 머스크의 1달러 생활이다.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하루 1달러, 한 달 30달러면 나의 Need를 채우고 연명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에 지금 캐나다에 있을 수 있던 발판은 아마 5년 전, 한 달에 200만 원만 쓰기를 실천했기 때문 아닐까? 소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잘 쓰는 법이 아닌 남들이 하는 대로 쓰는 법을 배워서 살았던 사람이라, 소비할 돈이 없으면 큰일 나는지 알고 맞벌이를 하고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던 때가 있었으니... 그것을 바로잡아 준 것이 '맞벌이 부부 외벌이 소비하기 프로젝트'였다.
다시 한번 가난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본다.
남편이 저녁에 일을 하여 벌어오는 돈 250만 원, 공부를 한다고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돈 60만 원, 나라에서 나오는 보조금 GST, 탄소세 한 달 약 20만 원, Child Benefit 100만 원, Alberta child and family benefit 약 15만 원 총 450만 원가량 되는 돈을 가지고 한 달 월세 220만 원을 내고 나머지 돈으로 아끼면서 살아가면 된다. 가난해질 수 있는 용기 덕분에 남편은 낮에 영어 공부를 하고 나는 마사지 학교를 다니면서 다음 인생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가난해질 용기가 없어서 SK 주 시골에서 Full time job offer를 받고 계속 있었다면.... 지금 얻은 많은 것들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유명한 자기 계발서인 부의 추월차선에 나오는 핵심 이야기는 이 가난해질 용기 아닐까?
실패를 하거나 천천히 느리게 가도 좋다. 인생은 길다.
하지만 계속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인생은 짧다.
우리는 2년 동안 번데기로 생활하기로 했다. 백수인데, 무지 바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