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뮤지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처음 알게 된 곳이었습니다. 제주도 전시가이드책에 소개되어 궁금증에 네이버에 검색해서 찾아온 곳이었는데요.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번 제주도 미술관 여행의 마무리를 이곳에서 한다니 더 의미가 있던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전시주제도 제가 그동안 발견하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했던 ‘인종 다양성과 포용성, 그리고 결국은 하나’라는 측면에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포도뮤지엄은 본태박물관 옆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함께 보시기를 추천해 드리고요. 포도뮤지엄 입구부터 포도로고가 눈에 띄는데요. 1층에 들어서면 포도 라운지가 있습니다. 포도 라운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뮤지엄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는 공간입니다. 1층 포토 라운지에서는 전시와 관련된 도서와 자료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열람할 수 있었는데요. 색상별로 진열된 책장이 인상적이었어요. 라운지에서는 영화 상영회, 북토크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라는 주제로 디아스포라와 다양한 층위의 소수자가 처한 소외와 어려움에 공감하고, 진정한 공존과 포용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전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끊임없는 이동과 정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다양한 이유로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모여져 지금의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새로운 나라에 이민하여 정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저도 그런 삶의 계획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생각은 깊게 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이번 전시를 보며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가짐도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은 생존이나 안전을 위해, 혹은 자유와 경쟁력을 얻기 위해 낯선 세계를 향해 떠납니다. 국적과 비자, 체류 허가와 같은 개념은 역사가 길지 않으며 그리 공고한 구분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처럼 경계를 나누는 일은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 짓고 누군가를 경계선 밖으로 밀려나게 합니다. ‘우리가 만든 약속과 믿음이 혹시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있지는 않는가?’ 라는 질문을 통해 서로 다른 정체성으로 구분되어 이전에 하나의 별에서 함께 사는 생명으로서 우리가 가진 수많은 공통점을 상기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언제가 어딘가에서 이방인이나 소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하는 사람들>에서는 반투명한 장막 저편에 쉬지 않고 움직이며 이동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요. 그림자만으로는 이들의 출신지와 목적지를 추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겹 뒤의 우리는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죠. 이 전시를 위해 출연한 사람들은 다양한 인종과 연령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생김새나 피부색, 옷차림을 볼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을 바라보는 저는 우리와 그들이 다름이 없고 닮아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얇은 천 하나를 사이에 둔 공간 같은 착시를 주시만 사실은 단단하게 가로막힌 거대한 벽이었습니다.
전시는 총 13개의 주제로 전시회마다 각자 다른 주제로 다양성 측면에 접근하는데요. 저는 특히 T4의 <주소터널>이 인상 깊었습니다. 무한히 팽창하는 터널 안은 밤하늘의 별과 같은 텍스트로 가득합니다. 이 글자들은 현재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들에게 동의를 얻어 직접 수집한 그들이 태어나거나 살았던 주소와 생년입니다. 각기 다른 사유로 떠나온 이들이 우리 곁에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암묵적 배제 속에 이루는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게 해주는 전시였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전시회이기도 했지만, 제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태어난 나라에 살기에 느끼지 못했던 이주민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시회를 다녀오면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나고, 유명한 작가의 만남은 즐거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와 같은 주제는 제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