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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BA Feb 22. 2022

내가 틀렸다

그리고 또 틀릴 것이다

내가 틀렸다. 내 생각과 판단은 툭 삐져나온 보도블록 한 귀퉁이에 걸린 구두짝처럼 나가떨어졌다.

코로나 상황에서 다음 주 등교 계획을 세우는 회의를 매주 학교에서 한다. 학교 운영진인 나는 모든 자료와 가능성을 분석해서 회의에 임하지만 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이번 모퉁이만 돌면, 저 언덕만 넘으면 한 숨 돌릴 수 있겠지 하고 달래 보았던 그 많은 순간순간들이 여지없이 한해 또 두 해를 넘기니 다들 지치고 지친다. 


나는 내가 지금껏 내려왔던 나의 모든 선택의 순간들과 결정의 과정들을 다시 돌아보고 내 흐릿한 판단으로 만든 결과물에 대해 후회하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모아 온 돈으로 샀던 예전 아파트를 홀랑 팔아버린 일, 아이를 영어 공부도 미리 시키지도 않고 덜컥 국제학교에 넣어 버린 일,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나와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다 결국 1년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선택,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거침없이 이불 킥을 날려야 할 그 많은 "틀린" 결정들을 다시 리플레이로 돌리다 보면, 내 이번 생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게임처럼 일곱 번 죽어도 다시 살아나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난 틀리지 않을 수 있을까.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맞고 틀린 답은 없었던 게 아닐까. 우리가 수도 없이 작업한 Flowchart는 A 이면 B로 흘러가고 또 C 가 되는 게 아니라, A에서 갑자기 X로 튀기도 하고 A 가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게 이 변화무쌍하고 버라이어티 한 인생이 아닌가.


오늘도 틀린 답에 동그라미를 치며 내일도 무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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