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결혼 안 한 30대가 많아지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장성한 아들을 어려워하는 어머니들이 많다고 합니다. 내자식이고 내가 키웠지만 다 큰 성인이 되니 뭔가 모르게 낯설고 어렵다며 아들 눈치 아닌 눈치를 보는 어머니들이 많아서 '아들 시집살이'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만큼 이런저런 것들을 맞춰주게 되고 말도 조심하게 되고 함부로 간섭하지도 않죠. 또한 요즘은 며느리 눈치를 보는 시부모님들도 많아져서 '며느리가 상전이다'라고 하소연하는 어른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시부모님들이 더 많아서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혼 여성들의 대화에서 시부모님이 갑자기 사전 연락도 없이 찾아오셨다던가, 집안 살림이나 청소를 제대로 안 했다고 한소리를 듣는다던가, 집에 놀러 오셨다가 본인 편한 대로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두고 가신 경우 등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죠. 또한 대부분의 시부모님들은 아들 내외를 위한다는 명목과 어른이 해주는 충고와 조언이라는 핑계로 며느리에게 아무렇지 않게 살림이나 생활, 성격에 관해서도 지적을 합니다. 심지어 용돈을 달라거나, 제사에 참석하라거나, 아들에게 말 꺼내기 어려운 내용은 많은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지요. 아들에게 이야기하면 역으로 잔소리를 듣거나 거절당하지만, 결혼 초반 대부분의 며느리는 일단 시어머니에게 싫은 소리나 거절하지 못하고 공손하게 "네"라고 대답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사태의 밑바탕에는 며느리를 아랫사람으로 인식하고 어려워하지 않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부모와 며느리는 수직관계,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며느리는 바쁘거나 살갑지 않은 아들을 대신하여 시부모님을 챙겨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며느리는 순종적으로 시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맞추고 그분들의 입맛대로 움직이기 위한 사람이 아닙니다.
또한 너무 편하게 생각하다 보니 무심코 내뱉는 말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을 간과하지 않고 한 번만 더 생각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 말이에요. 사돈이 아들에게 어떤 말을 했을 때 나와 내 아들이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할 말이라면, 시어머니도 며느리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되는 거잖아요. 다 큰 아들에게 내가 말했을 때 아들이 괜한 참견이라고 느끼고 불편할만한 일이라면 며느리에게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저 며느리도 한 사람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식하고 존중해 주시면 좋을텐데, 대부분의 시부모님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자세로 일관합니다. '나는 시어머니니까 며느리에게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어'가 속마음이죠. 하지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말을 듣는다면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난리가 납니다.
어떤 관계에서든 서로에게는 넘지 말아야 할 일정 선이 필요합니다. 그 적정선을 찾고 양쪽이 합의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도 있고, 많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소한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로 잘못되고 어긋나는 건 한 순간이지만 그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서로를 어려워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 괜한 감정 소모로 시간을 낭비할만한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