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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Apr 01. 2021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

우리는 타인과 대화를 할 때 단순히 말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문장, 텍스트라고 해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어떤 느낌으로 표현했는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큰 차이가 생깁니다. 그 미묘한 차이, 즉 뉘앙스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스트레스받는 부분도 이런 비언어적 표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시어머니와의 만남에서 불편하고 기분 상했던 그 일을 설명하다 보면 왠지 나만 예민하고 치사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그런 상황 말이에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심지어 그 자리에 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뉘앙스를 잘 꼬집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럴 때 남편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죠. "아니야, 우리 부모님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고 예뻐하시는데." 아니면 그 자리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천진난만하게 있어서 몰랐거나, 본인 부모의 그런 언행에 이미 익숙해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도록 아예 무뎌져 버렸거나, 설마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을까 싶은 속마음이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고부갈등을 지켜보는 아들들은 본인도 그동안 몰랐던, 처음 보는 부모님의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가끔 어떤 시어머니들은 이 점을 악용하기도 합니다. 분명 좋지 않은 느낌으로 말했는데, 나중에는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네가 오해를 했다며 며느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자신은 빠져나가는 것이죠. 오죽하면 며느리와 둘이 있을 때는 이상한 뉘앙스로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를 만들어서 며느리를 아주 기분 상하게 하고, 나중에 온 가족이 다 있을 때는 세상 둘도 없는 착한 시어머니 모드로 변신하는 분들 문에 울분을 토하며 속앓이 하는 며느리들이 많겠어요!


그리고는 이런 상황이 펼쳐집니다. 며느리가 우리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진심은 반드시 통하는 법인데 며느리에게는 그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고. 결국 시부모는 며느리가 별나고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정말 순도 100% 진심이라면, 그 마음이 당연히 며느리에게 전달되지 않았을까요? 설령 정말 진심이라 할지라도 그 마음을 거절하는 것 또한 상대방의 마음인데, 왜 그런 마음은 받아주시지 않는 걸까요?


시부모님이 아무리 잘해주셔도 보통의 며느리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온전히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요. 시부모에게 며느리는 그저 아들을 위한, 그리고 본인들을 위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요. 대부분의 시부모님들은 며느리를 '우리 집안'이라는 톱니바퀴에 꼭 맞아 들어가 서로 맞물려 잘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칼날조각 정도로 생각합니다. 저의 시부모님도 그러셨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로지 본인들이 꿈꾸는 며느리의 조건에 제가 얼마나 부합하는지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저를 평가하기 바빴을 뿐. 혹시나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이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지 못할까 봐 저를 갈고닦아 꼭 맞는 조각으로 끼워 넣으려 혈안이 되어있을 뿐이었죠. 그래서 요즘은 어차피 그런 취급을 받으며 몸과 마음이 다 고생할 바에는 마치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듯이 금전적 지원이라도 받아야겠다는 며느리들이 속출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눈빛, 표정, 시선과 자세 등 이런 비언어적인 표현을 잘 활용하면 마음을 전달하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타인과의 대화에서 어떤 말을 하거나 (설령 그 말을 끝까지 하지 않고 말끝을 흐렸다 할지라) 혹은 정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해도, 이런 비언어적인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방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에게 말로 인해 받는 상처보다 이런 소리 없는 표현에서 오는 상처에 더 깊게 베어 오랫동안 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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