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옆집언니 Apr 06. 2021

착한 며느리병에서 벗어나기.

착한 며느리병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요? 착한 며느리병은 말 그대로 '착한' 며느리들에게만 찾아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착한 며느리병도 결국 어른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거거든요.  원래 착한 사람들이 화병에 걸린다고 하잖아요. 좋은 마음으로 예의 바르게 시부모님에게 잘하고 싶은데, 자꾸만 나를 힘들게 하는 시부모님 때문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적 갈등을 겪으며 스스로 괴로워하게 되는 거예요. 마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나 할까요? 그렇다며 며느리는 왜 시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은 걸까요? 제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니 이런 답이 나오더라고요. 내가 사랑하는 남자, 남편. 남편을 낳아주신 부모님이라는 진부한 표현 말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더라고요. '나 이렇게 바르고 착한 여자야.' 그리고 속된 말로 '나 되바라지거나 싹수없는 사람 아니야.'를 남편에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나는 '착한 며느리'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고 고통받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왜 자꾸 시부모님에게 화가 날까? 내가 그분들에게 바라는 건 무엇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어요. 제가 찾은 답은 시부모님이 나를 인정해주고 내가 인격적으로 존중 받음으로써 나의 희생과 헌신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더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먼저 착한 며느리병에서 벗어나야 이 지긋지긋한 고부갈등도 끝이 보입니다. 내 남자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고 싶고,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 것 또한 여자의 본능이지만 그 매개체는 시부모님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너무나도 많잖아요. 모든 부분에 있어 완벽할 수는 없으니 '시부모님' 하나라도 내려놓는 게 어떨까요? 제가 시부모님과의 트러블로 남편과 한창 싸울 때 "내가 이유 없이 어른들한테 그럴 사람이야? 정말 나라는 사람을 그렇게밖에 생각 안 했어? 그런 거면 도대체 왜 나랑 결혼한 건데!"라고 했었는데요, 그 한마디가 본인을 각성하게 했다고 제 남편은 아직도 이야기를 합니다. 돌아보니 정말 그 이후부터 남편도 시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제가 불만을 표출하면 제게도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제 이야기를 듣고 저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기 시작했더라고요.


어쨌든 나도 우리 집에서 귀한 자식이잖아요.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걸 알면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이렇게 마음고생하면서 살라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애지중지 키워주신 건 아니잖아요!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사람 사이에 그 어떤 관계에서도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희생은 안돼요. 그건 잘못된 관계예요. 그러니 내가 불편하지 않고, 억울하거나 불행하지 않게, 어떤 대가 없이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내 할 도리를 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와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여 그 마지노선을 지켜야만 해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에게도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고, 부부기 서로 대화를 통해 적정선을 조율해야 하는데 남편과의 그런 대화가 가능하려면 평소에 서로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다는 믿음, 상대의 어떠한 생각과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신뢰가 쌓여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시부모님이 싫고 껄끄러워도 최소한 생신, 명절, 어버이날은 꼭 챙기세요. 그래야 내가 부담스럽고 내키지 않는 일이 생겼을 때 당당하게 내 할 말을 하고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남편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아내가 부모님께 맞춰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겠죠. 하지만 길게 생각해보세요. 하루 이틀 살 거 아니잖아요. 앞으로 수십 년을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가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누적되다 보면 별 일 아닌 작은 데서 폭발하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어느 순간 아내의 감정은 격해져만 가고 나중에는 되돌리기 더 어려워질 거예요. 그런 식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나와 내 아내, 부모님까지 모두 상처만 남게 되겠지요.


흔히들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남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것보다 나를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하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꼭 나오는 '호구보다 X 년이 낫다' ,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무척이나 유명한 말도 있고요. 다른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것보다 조금 더 현명하고 똑똑하게 나를 먼저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바로 서야, 내 마음이 편안해야, 내가 가꾸어 나가야 할 이 가정이 바로 서고 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거니까요.

이전 15화 저를 너무 편하게 대하지 마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