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며느리에게 시부모와의 관계도 사회생활이라고들 합니다. 어른들께 웃으며 살갑게 대하고 어느 정도 맞춰주는 거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정도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며느리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정도로 우리들의 시부모님은 만족하시지 않기 때문이잖아요.
특히나 직장상사와 시부모님의 다른 점은 이럴 때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회사에서 윗분들께 듣기 좋은 말, 아부성 멘트를 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허허허 껄껄껄 웃으며 쑥스러워하거나 어깨를 으쓱 뿌듯해하며 저에게도 덕담 한 마디씩을 내려주십니다. 그렇게 서로 좋은 말, 칭찬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거죠.
하지만 시부모님과의 대화는 다릅니다. 초반의 어색함을 풀어내거나 가끔 오는 침묵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며느리가 남편이나 시부모님의 칭찬을 하면 그분들의 반응은 그저 (며느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와는 무관하게) '내가, 내 아들이,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 시집 잘 온 줄 알아야지.' 혹은 '이렇게 대단한 우리 집안이 부족한 너를 받아줬으니 네가 앞으로 우리에게 잘해야 하지 않겠니.' 정도입니다. 심지어는 며느리가 잘하는 모습을 보아도 "얘가 웬일이래, 진작 좀 이렇게 할 것이지." 하십니다. 그러니 며느리들은 숨이 턱턱 막히며 점점 어른을 공경하고 싹싹하게 모시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데면데면 멀뚱멀뚱하게 되고 시부모님은 또 며느리의 그런 모습을 탐탁지 않아하시는 무한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가끔은 한 수 더 나아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 잘 지내고 문제가 없는데, 너랑은 자꾸 문제가 생기는 걸 보니 네 성격이 너무 유별나서 어른을 대할 줄도 모르고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다'며 며느리 탓을 하는 시부모님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며느리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거나 회사생활을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며 '쟤가 남들한테는 잘하는데 우리한테만 못하는 걸 보니 그냥 말 그대로 '시'라고 저러는구나 참 심성이 나쁘고 우리는 늘 억울하다.' 하시죠. 하지만 며느리만 그렇게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 게 아닙니다. 시부모님도 며느리를 대하는 모습과 회사에서나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은 다르니까요. 그렇게 관계는 한 방향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고 모든 말과 행동의 바탕을 만드는 이유는 언제나 존재하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