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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Sep 13. 2022

사람 관계가 제일 어려워요.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많은 고민을 합니다. 가끔은 '다 좋은데 한 가지 부분이 좀 걸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그런데요, 다 좋은데 단 하나가 문제라면 그 선택을 했을 때 그 단 하나의 문제가 결국 큰 걸림돌이 되어 엄청나게 고생을 하게 되더라고요. 특히나 결혼생활은 더 그렇고, 그 어떤 한 가지가 시부모님이었다면, 정말이지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흔히 며느리에게 시부모와의 관계도 사회생활이라고들 합니다. 어른들께 웃으며 살갑게 대하고 어느 정도 맞춰주는 거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정도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며느리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정도로 우리들의 시부모님은 만족하시지 않기 때문이잖아요. 


특히나 직장상사와 시부모님의 다른 점은 이럴 때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회사에서 윗분들께 듣기 좋은 말, 아부성 멘트를 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허허허 껄껄껄 웃으며 쑥스러워하거나 어깨를 으쓱 뿌듯해하며 저에게도 덕담 한 마디씩을 내려주십니다. 그렇게 서로 좋은 말, 칭찬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거죠.


하지만 시부모님과의 대화는 다릅니다. 초반의 어색함을 풀어내거나 가끔 오는 침묵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며느리가 남편이나 시부모님의 칭찬을 하면 그분들의 반응은 그저 (며느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와는 무관하게) '내가, 내 아들이,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 시집 잘 온 줄 알아야지.' 혹은 '이렇게 대단한 우리 집안이 부족한 너를 받아줬으니 네가 앞으로 우리에게 잘해야 하지 않겠니.' 정도입니다. 심지어는 며느리가 잘하는 모습을 보아도 "얘가 웬일이래, 진작 좀 이렇게 할 것이지." 하십니다. 그러니 며느리들은 숨이 턱턱 막히며 점점 어른을 공경하고 싹싹하게 모시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데면데면 멀뚱멀뚱하게 되고 시부모님은 또 며느리의 그런 모습을 탐탁지 않아하시는 무한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가끔은 한 수 더 나아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 잘 지내고 문제가 없는데, 너랑은 자꾸 문제가 생기는 걸 보니 네 성격이 너무 유별나서 어른을 대할 줄도 모르고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다'며 며느리 탓을 하는 시부모님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며느리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거나 회사생활을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며 '쟤가 남들한테는 잘하는데 우리한테만 못하는 걸 보니 그냥 말 그대로 '시'라고 저러는구나 참 심성이 나쁘고 우리는 늘 억울하다.' 하시죠. 하지만 며느리만 그렇게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 게 아닙니다. 시부모님도 며느리를 대하는 모습과 회사에서나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은 다르니까요. 그렇게 관계는 한 방향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고 모든 말과 행동의 바탕을 만드는 이유는 언제나 존재하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남편과도 종종 싸움이 생깁니다. "직장에서는 잘하면서, 심지어 지나가는 이웃 아주머니, 할머니들에게도 그렇게 안 하면서, 우리 엄마한테는 왜 그래!"라고 불만을 표출하는 거죠. 그런데 남편분들 잘 생각해보세요. 다른 사람들과 내 아내, 부모님과 내 아내의 관계는 근본부터 많이 다릅니다.


저는 가끔 '아들만 키우고 있는 나는 과연 나중에 어떤 시어머니가 되어있을까?'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딸만 키우고 있는 친한 언니에게 "언니, 내가 나중에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 언니가 옆에서 보기에 이거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면 바로 나한테 따끔하게 꼭 알려줘. 너 그러지 마! 그거 아니야! 너는 그러지 않기로 했잖아! 이렇게 말이야"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이렇게 며느리의 자리에서 아프고 힘든 우리들은 세월이 지나 과연 어떤 시어머니가 되어 있을까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처음 맡는 역할은 미숙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언젠가 우리도 시어머니가 되고, 며느리가 생겼을 때 조금 더 어른다운 멋진 어른이 되어 있도록. 조금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고부관계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 우리 다 같이 부지런히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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