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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Jun 15. 2021

드라이브 하기 좋은 곳 섬마을 한바퀴

운전 연습하기 좋은 곳 섬마을 한바퀴

손주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해 시골에 놀러 오면 아버지는 언제나 경운기에 아이들을 태워 섬마을을 한 바퀴 구경시켜주셨다. 경운기를 타고 바다 구경을 나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옆자리에 서로 타려고 했고, 앞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찍어가면서도 신이 났다. 아버지는 경운기를 몰고 가다가 우리 논이 어디 있는지 우리 밭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셨고,  길을 넓히거나 바다를 간척지로 만들던 시절 아버지가 한일을 자랑스럽게 알려주셨다.


시골집에 방문한 식구들 중에 여자들이 섬마을 구경을 나섰다. 안내자는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여자들은 나의 운전 실력에 안정감이라는 합격표를 주었다. 어느덧 시골집에서 살기 시작한 두 달 사이에 운전 실력이 늘었다.


같은 동네에서  우리 집으로 시집온 언니는  길을 지날 때마다 어린 시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과거로 추억여행을 떠났다.

여동장둥을 넘나들며 학교에 가던 시절 비가 세차게 오던 날  바람에 날려간 여자아이 이야기, 우산이 없어 비닐포대를 뒤집어쓰고 학교를 다니던 이야기, 돼지고기 찌개를 먹는데 고기 건더기는 없고 국물이 전부였던  이야기, 한 번이라도 숟가락질을 더하려고 밥을 빨리 먹게 된 이야기들을 무용담처럼 풀어 놓았다.


나는  이곳은  딸기 밭이고 이곳은 취나물 밭이며, 이곳은 고사리밭 그리고 이곳은 개복숭아가 있다며 섬마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었고, 고동은 어디서 잡아야 큰 고동을 잡을 수 있는지 까지 섬마을 정탐 이야기를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섬마을 드라이브 코스는 딱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늘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가사 동백 숲해수욕장이다. 남쪽나라 작은섬 약산 오지의 작은 해수욕장이다. 아쉽게도 모래가 많이 바다로 씻겨나가고 청소가 안돼 지저분해 보였다.


이곳에도 아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여름방학에 내려오면 아침이면 이곳에서 놀다가 오후가 되면 집으로 돌아온 이야기며 물놀이를 하고 놀다 머리를 찍어 상처가 나 바로 병원을 가야 했던 이야기 들이다.

동백 숲해수욕장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 이들을 보고 야영을 여기서 해야지 이상한 곳에서 했다는 이야기며 여자들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할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바다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낮에서 밤으로 변해가는 하늘빛이 아름다웠다. 기념으로 다도해를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떠나왔다.


마지막 코스는  도시로 가져갈 생산지 선물을 사러  약산 미역집에 들렀다.  갓 잡은 완도 멸치와 김, 자반을 구매하니 귀한 톳 장아찌를 덤으로 주셨다.  나는 늘 선물을 보내오는 동생에게 선물용 멸치를 택배로 부탁했다.


밝았던 하늘이 어둑 어둑 해진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손님들 덕분에 운전 연습 하기 좋은 곳 , 드라이브 하기  좋은 곳 경치좋은 섬마을 한 바퀴 구경 한번 잘했다.


어느덧 이제 나는 아버지처럼 집에 찾아온 식구들에게 섬마을 안내자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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