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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Jun 10. 2021

가리비 구이 파티

시골에 내려올 때면 친척들에게 보낼 전복이나 미역 김 등을 사러 다른 동네로 엄마를 따라간 적이 있다. 엄마가 전복을 사면 가리비를 덤으로 주셨다. 전복은 생산지이지만 비싸서 현지인도 쉽게 먹지 못했다. 다만 새끼전복은 자주 먹을 수 있었다. 엄마가 삶아 주시던 가리비맛이 생각이 났다. 시골에 내려와 지내는 동안 전복은 먹고 싶지 않지만 가리비는 한번 먹고 싶었다.


전복을 키우는 친구가 있다고 해서 가리비도 판매하는지 물어보았는데 가리비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리비를 구매하려면 완도 어판장이나 마량 어판장으로 나가야만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곳까지 한번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 간 조카아이가 벌써 제대를 했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러 조카아이 가족들이 내려왔다. 군대에서 강철 사나이로 변신을 해온 훈남 조카다. 조카의 제대를 축하도 할 겸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가리비를 한번 먹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난는 여자들과 함께 마량 어판장까지 드라이브 겸 운전 솜씨를 뽐내며 에스코트를 했다. 늦은 시간에 마량 어판장 문을 닫쳐있었지만. 옆 가게에서 가리비를 구매할 수 있었다. 1kg에 15,000원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그곳에 남은 가리비를 모두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남자들이 가리비를 구울 차례다. '숯불에 구워 먹어야 제맛이지' 하며 남자들은 마당에 있는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석쇠까지 올려놓으니  제대로 된 가리비 구이를 맛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꼰대들은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군대 무용담을 펼쳐놓았다.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장작불에 둘러앉아 가리비 파티를 벌렸다. 장작이 화려한 불꽃으로 타올랐다. 불꽃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아궁이 벽면에  검은 그을림을 남기며 연기로 사라져갔다. 연기는 다시 밤하늘에 별로 총총 떠오르며 빛나고 있었다. 조용한 시골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행복한 가리비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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