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귀뚜라마가 울어댔다. 어둠이 내려앉은 적막한 밤에 귀뚜라미 소리만 들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새벽 3시부터 닭이 울어댔다. 4시부터 본격적으로 꼬끼오를 외치더니 5시가 되어도 그치지 않았다. 6시가 되어서 잠잠해진 것인지 내 귀가 지쳐버린지 잠이 들어 있었다. 닭장 앞에 낯선 동물의 뒤처리를 보게 되었다. 지난밤인지 어젯밤인지 닭장 앞에서 밝은 눈을 가진 녀석이 닭들을 노리다 흔적을 남겨놓고 간 것 같았다. 그래서 새벽에 수탉이 울었던 것일까? 낯선 동물에게서 위험을 느낀 수탉은 자신이 이곳의 대장임을 알렸던 것일까?
낮에는 닭장 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어제도 닭장을 한번 날아 나온 모험심 강한 수탉이다. 혹시 멀리 가버릴까 걱정이 되어 수탉의 뒤를 쫓았는데 집 옆 돌 위에 우두커니 서서 마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져 보이는지 수탉이 이토록 귀품이 있을 줄이야 예전에 미처 몰랐다. 다행히 닭장 앞으로 몰았더니 암탉의 울음을 듣고 닭장 문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닭은 새벽이 오는 빛에는 민감하지만 눈이 좋지 않다. 닭장으로 들어가기까지 수탉의 동태를 보고 있자니 닭의 머리가 좋은것인지 나쁜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오늘도 어떻게 날아서 나왔는지 그물을 제치고 밖으로 나왔다.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디 던 녀석은 집 앞 문이 유리인 줄 모르고 들어가려다 머리를 박아댔다. 닭장 문을 열어주니 두리번거리다 다시 들어간다. 암탉은 원래 그려려니 하며 이번에는 울부짖지도 않는다. 문 닭장을 보러 온 이 빠진 할아버지는 달걀을 기다리며 닭을 키우고 있는 털보 아저씨에게 닭을 잡아먹자고 이야기를 한다. 낮에는 도둑고양이들이 지나가고 이제 밤에는 닭을 노리는 정체모를 낯선 녀석과 또 닭을 탐내는 이 빠진 할아버지까지 시골집 닭들이 위험하다.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수탉은 주인이 지키지 않는 동안 닭 장안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