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원마을 산책이 주는 정겨움

by 약산진달래

낯선 길을 걷는 것은 호기심과 모험으로 가득 찬 시간이다.

30분 이상 여유가 있는 기다리는 시간에는 잠시 건물 밖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도 좋다. 오전 11시 비가 잠시 멎은 것 같다. 주차장 편으로 나오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주차장이 새롭게 탈바꿈하면서 변한 것이 많다.

지난해 주차장에서 오동나무 꽃을 처음 보며 알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우람했던 그 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을 넓히며 오동나무는 베어져 버린 것이다. 대충 크기를 봐서 50년 이상은 된 나무처럼 보였는데 아쉽기만 하다.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면 안으로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이곳은 도시가 아니라 정겨운 시골 느낌이다. 도시의 변두리가 점차 개발이 되어가면서 재개발을 기다리는 원주민들의 땅일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고 그저 발걸음이 닿는 데로 걸어간다. 세월과 함께 남겨진 흔적이 말해주는 그곳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을 지키는 어른들은 앞마당에 작은 텃밭을 만들고 먹을 것을 손수 재배하시며 땅과 함께 살아가신 분들이다. 집들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 모습을 가지고 있고 삶도 여전히 예전 그대로를 지켜내신다. 시간과 함께 집도 나이 들어가고 어르신들도 나이 들어가신다. 그분들이 집을 지키시는 시간만큼 땅값은 치솟았을 것이다.

모처럼 도시 안에서 과거의 풍경을 담고 있는 이 낯선 길을 걷는 것이 정겹기만 하다. 단지 두 갈래 길이 나올 때는 돌아가야 할 때를 생각해 놓고 길을 걸어야 한다.

비가 온 후 세상은 아이들에게 호기심 천국이다. 아이들이 빗방울이 모아져 만들어진 웅덩이에 작은 돌을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비가 내린 날 개구리나 달팽이 같은 작은 생명체라도 만난다면 더없이 신기한 체험이 될 것이다.

여자아이들은 우비도 공주님 스타일 남자아이는 공룡 스타일이다. 이제는 여자아이들이 많이 태어나는 시대가 되었나 보다 4:1인 걸 보니

집집마다 채송화며 봉숭아 이름 모를 아기자기한 꽃들이 오래된 집들에 정겨움을 담아내고 있다. 능소화의 계절이 시작되었는데 꽃이 내린 폭우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다.

"이곳에 벼를 심은 논까지 있다니 도대체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생각할 즈음 비가 다시 내릴 것 같다.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데 아이들도 빗방울 탐험을 끝냈는지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잠시 이 도시의 원마을의 정겨움을 마음껏 느낀 산책이었다. 언젠가는 이 땅도 새로운 아파트가 세워지고 새 건물이 세워질 것이다.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큰 나무들은 베어질지라도 길가의 잡초들은 컨츄리 로드처럼 자유롭게 피어날 것이다. 옛날 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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