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이 피었다

by 약산진달래

산책 중 우연히 마주친 선홍빛 꽃잎, 어김없이 9월의 시작을 알리는 꽃무릇이 피었다. 꽃무릇과의 인연은 두 해 전으로 건너간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와 길을 알기 위해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길이 바로 이 산책로이다. 그때도 9월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미래가 없는 것 같은 현실의 하루를 살아가던 순간 가운데 매일 숨이 턱턱 막혔다. 잠시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이 단 한 시간의 산책시간이었다. 음악을 듣거나, 마음의 위로를 주는 강의를 듣거나, 성경말씀을 들으며 이 길을 걸었다. 어느날 갑자기 피어있는 선홍빛 꽃무릇을 발견한 것이다. 그 순간 놀라운 생명의 신비를 느꼈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봄도 아닌 가을날 갑자기 피어나는 꽃은 듣도 보도 못한 화초였기 때문이다.


늘 정원사가 가꾸는 화초만 보고 살아가다 자연이 키우는 야생화를 본 것은 오래간만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돌봄 없이도 화려하게 스스로 피어나는 꽃, 봄에 피는 꽃처럼 그렇게 땅속에서 솟아나 생명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꽃 그 꽃이 바로 꽃무릇이었다.


두 해 전 이 꽃무릇이 피어있는 길을 걸으며 얻은 것이 많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처럼 다가왔다. 죽어있는 땅에서 생명을 길어 오를 수 있을 것처럼 다가왔다. 절망과 좌절 낙담이 전부였던 하루 속에서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꽃을 피워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하루가 지나면 9월의 시작이다. 꽃무릇이 피어있는 길을 걸으며 다시 생명의 신비를 느껴보리라. 스스로 살아나 자생하는 꽃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보리라. 내가 걸어가는 9월의 산책로에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선홍빛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이제 산책로에는 꽃무릇으로 물들어가는 9월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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