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돼지감자 이야기

by 약산진달래

뚱딴지처럼 들렸던 이야기가 현실이 된 이야기다.

"저기 밤나무 밑에 있는 구석덩이 땅에 돼지감자가 있으니 캐라 몸에 좋은 거다."

지난해 시골에 내려갔을 때 엄마가 한 말이다. 풀만 가득하고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나는 엄마의 말을 무시했다.

텃밭을 일구며 상추 싹이 나올 즈음 한 두 개씩 올라오는 풀이 있었다. 아직 뿌려놓은 씨앗의 싹이 어떤 모양인지 몰랐던 나는 상추싹과 구별할 수 있을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며칠 지나자 뿌려놓은 상추 싹의 모습과 서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이후 잡초겠거니 하며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음날 텃밭에 나가보면 어제 뽑아낸 자리 옆에서 또 싹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호미로 땅을 파보았다. 땅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뿌리에서 싹을 올려보내고 있었다.

씨앗의 모종이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뿌리를 모두 파내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씩 땅속에 남겨진 채로 파낼 수밖에 없었다.


뽑아내고 보니 뿌리가 감자처럼 보였다. 혹시 돼지감자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났다. 그런데 이게 생명력과 번식력이 얼마나 강한지 풀을 뽑아내고 이제는 나오지 않겠지 하며 다음 날 나가보면 또 풀이 자라있었다. 뽑아내지 않으면 상추밭을 아예 점령할 것 같았다.

매일 풀을 뽑아내기에 지쳐갈 무렵이다. 오라버니가 시골에 내려오더니 그것이 돼지감자 싹이라고 알려주었다. 예쁜 꽃이 피니 꽃이라도 보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그제야 엄마의 밭에서 보았던 돼지감자꽃이 기억이 났다.


몇 해 전 시골에 잠시 내려왔던 초 가을 즈음 뒷밭을 매고 있던 엄마 옆에는 노란 꽃이 긴 목을 드러내고 피어있었다. 해바라기를 닮은듯하면서 하늘 향해 가느다란 목을 올리며 피어나는 노란꽃이었다.

돼지감자에는 인슐린이 많이 함유되어 당뇨에 좋은 식품으로 알고 있다. 식이섬유도 풍부해서 장 건강에 도움을 주고 변비에도 좋다. 철분이 풍부해 뼈 건강에 좋아 타박상이나 골절에 도움을 준다. 엄마에게도 나에게 필요한 식품이다. 번식력이 강한 돼지감자 덕에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상추밭에 뚱딴지처럼 어느 날 불쑥 튀어나와 상추보다 더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돼지감자의 싹을 뽑아내지 않았다. 작은 텃밭 상추밭에는 뚱딴지라 불리는 돼지감자가 자라고 있다. 이제는 엄마의 추억의 꽃이 된 돼지감자꽃이 필 무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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