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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한 달 살기
21화
약나무 엄나무
by
약산진달래
Aug 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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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심어진 나무들은 부모님이 남겨준 삶의 흔적들이다.
엄마가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섬마을 농부의 창고가 들어서고 집 부근의 과실수들은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돌담 귀퉁이 잡초들만 가득 한 작은 땅에 살아남은 나무가 있었다. 바로 엄나무였다.
지난해 봄 시골집에 내려와 처음으로 엄나무의 새순으로 쌈을 싸 먹어보았다. 엄마는 엄나무를 음식에 넣어 약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나무는 관절염이 시작된 나에게 엄마가 남겨준 소중한 약 나무가 되었다.
올해 집 앞의 낡은 창고를 정리하며 돌담 귀퉁이의 엄나무도 베어 지고 말았다.
엄나무까지 베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시골에 한 달 살기를 하러 내려갔을 때는 이미 베어지고 없었다. 덤불 속에 앙상한 가지만 덩그러니 있어서 약 나무인 것을 섬마을 농부는 몰랐던 것 같다.
엄나무 새순을 기대하고 시골에 내려온 형제들은 사라진 엄나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귀한 약 나무까지 없애버렸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뽑히고 베어진 나무를 다시 살려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집 앞에 약 나무인 엄나무가 자라고 있었던 것도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
내가 만든 텃밭에서 풀을 뽑다가 새순을 하나 발견했다. 풀 인가하여 뽑으려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잎사귀였다. 반질반질한 초록 잎사귀가 새 발 모양 같기도 하고 캐나다 국기 모양 같기도 하다. 바로 엄나무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엄나무가 뿌리째 뽑혔다고 생각했는데 땅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새싹을 올려 보낸
것이다. 약이 되는 것들은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질긴 생명력으로 사람들의 연약한 몸을 회복시키는 음식이 되어주는 것 같다.
"
엄나무야 고맙다. 죽지 않고 잘 자라주렴!
"
엄나무 새순을 내년에는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부모님이 남겨 놓은 삶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아 감사하다.
keyword
엄나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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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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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를 새롭게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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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품 같은 섬마을, 자연이 주는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나누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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