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모종이 시작되었다

by 약산진달래

고추 모종이 시작되었다.


사월부터 시골 농부들은 이미 고추 모종을 심고 비닐하우스를 덮어 고추를 키우고 있었다.

논농사를 이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어르신들은 밭농사를 소일거리처럼 하고 계신다. 그중에서 가장 크게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고추농사이다.


고추농사는 1년 농사 중 우리 시골 어르신들에게 가장 큰돈을 벌어다 주는 농사이다. 김장을 하기 위해서만 고추를 키우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대량으로 고추를 심기 시작했다. 고추농사를 해서 자식들에게 보내기도 하고 손자손녀들 용돈도 주며 은행에 저금을 하신다.


고추농사가 좋은 일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고추농사로 인해 온몸은 안 아픈 곳이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추농사를 계속하는 것은 늙어서도 손에 돈이 들어오는 기쁨을 포기할 수 없어서 일 것이다.


엄마가 시골을 떠난 뒤 밭도 없어졌을 뿐더러 고추 농사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섬마을 농부가 고추농사를 한번 해보겠다고 집 가까이에 있는 밭을 갈아엎더니 고추 모종을 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고 이제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되면서 아직 밭으로 옮겨 심지 못한 고추 모종이 많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종 몇 개를 작은 텃밭에 심었을 뿐인데 온몸이 쑤시고 아파졌다. 아주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일 뿐인데도 풀을 뽑고 호미질을 하고 일어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그런데 허리 펼 틈도 없이 평생 밭일과 논일을 해 오신 시골 어르신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는 섬마을 농부의 고추밭에 남아있는 고추 모종을 심을 수 없을 것 같아 오라버니를 호출했다. 장대비가 퍼붓는데도 불구하고 오라버니는 남은 땅에 둑을 만들고 이랑을 쳐 고추 모종을 했다. 풀이 자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풀 방지매트를 깔고 비닐에 구멍을 뚫고 영양제를 넣고 고추 모종을 심고 다독여 주면 일단 고추 모종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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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집을 지키던 시절에는 엄마의 뒷밭은 고추밭으로 변했다. 엄마는 500주 정도의 고추 모종을 매해마다 심었다. 여름휴가에 내려오면 엄마는 고추 따는 일을 매일 하고 있었고, 휴가에 내려온 가족들도 동원되어 붉게 익은 고추를 따느라 땀을 흘렸다.


고추를 따면 고추를 깨끗하게 씻는 작업이 시작된다. 깨끗이 씻은 고추는 태양이 내리쬐는 앞마당에 말릴 준비가 된다. 넓은 앞마당에서 붉은 고추가 태양을 가득 받으며 말려지면 태양초 고추로 변신을 한다. 말린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추 꼭지를 따는 것에서부터 불량 고추를 골라내는 일 그리고 말린 고추를 다시 깨끗하게 닦아 자루에 넣던 엄마의 정성과 손길이 기억난다. 엄마의 정성이 가득했던 고추를 언니는 자랑스럽게 지인들에게 판매를 했다. 몇십 년을 엄마의 고추를 구매해 김장을 해서 드셨던 분들은 더 이상 태양초 고추를 먹을 수 없어서 아쉬워했다.


고추 모종을 마친 고추들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 비와 바람, 태양이 주는 영양분을 골고루 받고 잘 자라, 튼실하게 맛있는 고추가 주렁주렁 열리기 바란다. 태양초 고추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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