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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Dec 29. 2021

게발선인장 꽃피는 12월

우리집 베란다에는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식물이 몇 종 있다. 꽃기린,  풍로초, 그리고 게발선인장이다. 그 중 가장 추운 겨울 게발선인장의 꽃이 예쁘게 피는 시기가 되었다. 조용히 식멍을 부르는 게발선인장이 우리 집 베란다에 정착하기까지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두해전 추운 겨울날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쓰레기장 옆 화단에 버려져있는 선인장을 발견했다. 모든 짐을 버리고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집안에는 식물이 없었다. 썰렁한 집안을 조금은 초록 기운으로 물들이고 싶었다. 버려진 선인장이라도 베란다에 놓으면 초록세상을 조금은 누릴 수 있으려니 생각한 것이다.

게발선인장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그저 다육이 선인장의 한 종류거니 하며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집에 다녀가며 꽃을 예쁘게 피운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러나 그해에 베란다에 놓인 게발선인장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


베란다에 놓인 채 두 해의 겨울을 함께 보내면서도 나는 게발선인장이 꽃 피울 것을 기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게발 선인장이 꽃으로 변신하려고 한다. 10월 어느 날 게발선인장 잎 끝에 작은 몽우리가 불게 올라온 것을 보았다. 그이후 한 달 이상을 엄마를 모시고 입원과 퇴원 입원과 퇴원을 하며 병원을 왕래하던 사이에 12월이 되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려고 하였다. 게발선인장을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도 부른다. 그 이유는 크리스마스계절인 12월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는 꽃을 피워주려나 생각했지만  게발선인장은 몽오리만 부풀어오른채 꽃을 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맞추어 꽃이 피기를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꽃망울이 한잎 살포시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던 초록잎에 붉은 꽃망울이 생기고 그 꽃망울이 점점 부풀어 오르다 어느 순간 꽃잎이 하나씩 펼쳐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신비로운 일이다. 그 꽃잎이 어느 날  자신의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변모하여 꽃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 화려 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며 마음에 평화로움과 쉼까지 가져다준다.


게발선인장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레이루가 원산지인 다년생 식물이다. 줄기의 모양이 게의 발과 닮았다고 하여 게발선인장이라고 부른다. 꽃은 가을에 줄기 마디의 끝에서 피어나는 아이다. 꽃 색깔은 붉은색, 오렌지색이 많으나 흰색, 분홍색, 붉은 자주색 등 변화가 많다.


실내 재배 시에는 반양지나 반음지에서 키우며 생육에 적절한 온도는 17~22℃이다. 겨울철 최저 온도는 7~13℃이며, 다른 선인장에 비해 온도에  민감하며 습도가 높은 편이다. 폼알데하이드와 전자파 제거가 뛰어나며 야간에 산소발생량이 많아 실내공기정화식물로 좋다.


게발선인장은 겨울 동안 화려한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휴면기에 들어간다. 추운 겨울 사람들의 마음의 꽃으로 피어나 생기를 전해주다 꽃이 지면 다시 조용히 선인장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온몸에 수분을 모으기 시작한다.


추운겨울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선인장도 꽃을 피운다. 오늘도 한 잎 펼치기 위해 온 힘을 모으고 있는 게발선인장의 모습을 보니 힘이 난다. 봄, 여름, 가을 동안 조용히 잊힌 듯하였지만 너는 그동안 온몸에 양분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한해가 가는 12월의 끝 어느날 한 잎 펼쳐지기 시작한 꽃잎은 내일 더 힘을 내어 꽃잎을 펼쳐 낼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활짝핀 화려한 꽃잎을 세상 가운데 피어낼 것이다.


힘을내렴!  오랜 기다림의 꽃잎이 살포시 한 잎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며 2022년 지친 한해를 마감한다. 지금껏 조용히 모아온 열정들을 끌어내어 게발선인장 꽃이 피워나듯 이제 나만의 꽃을 피워내리라. 다시 힘을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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