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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Dec 17. 2022

내 안에 몬스테라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성인이 되어 나오는 아이가 있다. 바로 몬스테라 새잎이다.

갓 피어난 새 잎이라고 하기엔 잎 하나의  크기가  오래된 잎사귀의 크기와 다를 바 없다. 신생아라고 알려주는 것은  단지 잎사귀의 연한 색일 뿐이다.


몬스테라가 새잎을 내는 모습을 보면  줄기 하나가 땅속에서 쏙 올라온다. 그리고 잎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라 그 잎은 바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줄기에서  잎을 돌돌 말며 키워가고  있다가 갑자기  돌돌 말린 그 잎에 힘을 주어 몸을 부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을 점령하겠다는 듯이 잎을  활짝 펴낸다.


몬스테라의 이름이 말해주듯 이상한 혹은 기괴한 이 생명체를 왜 사람들이 사랑하게 되었을까?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기괴한 이름에 매력이 느껴진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이상한 것을 거부할 수 없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몬스테라  화분을 하나를 공간에  가져다 놓은 것만으로  그곳의 분위기를 장악해버린다. 그 잎의 기괴함은 장소를 낯선 이국으로 이끌어 놓는다. 이국적인 것에  흠모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듯하다. 살아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잎사귀에 구멍을 송송 뚫린 잎사귀는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스스로 몸에 칼로 벤 듯한 상처가 있는  몬스테라는 어떻게 이 세상에서  생존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자신의 거대한 몸에 빛과 바람을 골고루 보내기 위해  큰 잎에 스스로 상처를 내고 자란다.


몬스테라의 기괴함은 이제 특별함이 되었다. 사람들은 몬스테라의 매력에 빠졌다. 희귀한 몬스테라 종은 비싼 가격이 되어 팔리고 있다. 사람들의 무한 사랑을 받는 몬스테라가 되었다.


우리에게도 이상하고 기괴한 몬스테라가 있다.

나의 몬스테라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도 있다.

내가 가진 몬스테라는 사람들에게 이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 호기심을 어떤 방향으로 인도할 것인가?

몬스테라는 따사로운 이국의 숲으로 인도하며 사람들에게  쉼과 평안 안식을 준다. 나의 몬스테라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다.


몬스테라처럼 나의 상처는 살아가는 힘이 된다.  상처가 난 그 구멍으로 햇빛과 바람을 공유하며 잎사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상처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겸손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몬스테라 잎사귀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듯 자신의 상처를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된다.


내 안에 몬스테라가 있다. 사람들이 피해 다니는 몬스터가 될 것인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몬스테라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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