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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May 07. 2023

행운목 꽃이 피는 시간

오후 5시 햇빛이 서서히 노을빛으로 변해가는 시간이다. 베란다에 잠시 나갔다가 행운목꽃 몽오리가 터진것 것을 발견했다. 하나둘셋넷 열개의 몽오리가 활짝 펼쳐 예쁜 꽃이 되었다. 드디어 행운목꽃이 모습을 드러낸것이다. 지난 3월 27일 행운목꽃이 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며찰전 부터 꽃몽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행운목 꽃대는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나 둘셋넷 여덟 아홉 그리고 꽃대는 더 이상 올라 오지 않았다. 대신 꽃대의 줄기에 꽃몽오리가 두개씩 올라온 것도 있었다. 매일 성장하는 행운목 꽃몽오리를 바라보며 찾아올 행운을 기대하며 보냈다.


 행운목꽃이 핀다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누군가는 복권을 사기도 한다. 행운목 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7년에 한번 핀것을 본 사람도 있고 4년에 한번 핀것을 본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지인의 경우는  한번 꽃을 피우고 시들어 버렸다고 한다. 마지막 꽃을 피우기 위해 행운목 나무가 혼신의 힘을 내었나 보다.


 우리집 행운목은 작년에도 꽃을 피웠다. 지난해 4월 행운목꽃 향기가 진동한 일주일을 보냈다. 집에 방문한 가족들은 복권을 사기도 했다. 일년을 지내고 보니 그 행운목꽃의 행운은 엄마에게 찾아왔다. 지난해 고관절 염증으로 힘든 한해를 보낸 엄마는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 염증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결과적으로 행운목꽃이 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은 맞았다고 증명이 되었다.


신기하게 올해도 우리집 행운목은 꽃이 피었다. 행운이 필요한 가족이 있는데 말이다.  그 가족에게 행운목꽃의 행운을 모두 주고 싶다. 간절히 바라는 행운이 찾아올 것을 약속하듯  꽃을 피워낸  행운목이 고맙기만 하다.


지상에서 빛이 사라져가는 시간 6시 행운목꽃 향기가 살며시 전해져 온다. 베란다에 머물던 향기는  문을 열어놓은 방안으로 스며든다.그리고 모두가 어둠에 잠길 시간  거실까지 행운목 향기로 채운다. 밤새 향기는 집안에 머물다가 아침 해가 떠오르자 어제  피어던 꽃을 시들고 향기도 사라진다.


이땅에 빛이 사라지는 시간  행운목꽃몽오리는 터지고 꽃은 활짝 피어난다. 밤사이 향기를 남기고 살며시 아침 햇빛과 함께 사그라 든다. 향기를 머금고 있던 꽃몽오리들은 차례로 피어나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고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어두움 속에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향기로 채워주는 위로의 시간 행운목꽃이 피어나는 시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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