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수저로 태어나 흑수저들 속에서 살다 보면 금수저가 부럽지 않다. 금수저가 어떤 특권을 누리고 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가 아픈 요즘 드는 생각이 있다. 나도 기득권자들이 누리는 특권을 누리고 싶다.
지방에서 피습당한 모 정치인은 목숨을 위협당한 것으로 동정 표를 얻어야 하는데. 지방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서울병원으로 헬기를 타고 이송된 것 때문에 민심을 잃고 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것도 전용헬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리고 더 좋은 병원에서 바로 수술할 의사가 대기하고 있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오늘처럼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여러 번 엄마 때문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병원 관계자를 한 명이라도 알고 있으면 도움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할 때면 혹시 연줄에 연줄이라도 수소문한다. 전산실에 근무한다는 소리만 듣고 단 연락하지도 않는 초등학교 동창의 얼굴을 보려고 그 근처에서 어슬렁 거려 보기도 했다. 그러나 기득권자의 행운은 나에게 잘 주어지지 않았다. 미천한 일개 소시민일 뿐이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기사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본인의 모친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광주의 대학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되었단다. 공교롭게도 주말이었다. 주말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술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그렇기에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응급한 환자라면 집도의가 호출되지 않는 한 생명을 부지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날 기사분의 모친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모 국회의원이 지방에 내려왔다가 쓰러졌다고 한다. 지방에서 광주 대학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어 온 모 국회의원의 수술을 위해 광주의 두 대학병원에 모두 수술을 의뢰해 놓은 상황이었단다.
모 국회의원의 수술이 끝나면 기사분의 모친이 수술이 잡힌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기사분의 모친의 수술을 하게 되었다. 모 국회의원의 수술이 취소되었던 것이다. 모 국회의원은 사립대병원이 아닌 국립대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수술을 받게 된 기사분의 모친은 지금은 건강해진 상태라고 한다.
소시민인 나는 이병원 저 병원 선택도 할 수 있는 있는 특권자들이 부럽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기득권들은 의사에게 큰소리를 치고 의사들은 그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소시민은 의사에게 항의라도 했다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길지 몰라 불이익을 당해도 한마디 못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평등 상회가 되었다고 해도 기득권이 누리는 특혜는 무시할 수 없다. 할 수만 있다면 더 좋은 의료시설과 능력 있는 의사에게 엄마를 맡기고 싶다. 지금껏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조금 더 좋은 병원 더 실력 있는 의사 더 좋은 의료시설 이 있는 곳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다. 늙고 연약한 엄마를 모시고 병원의 순서를 기다리며 이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니 어쩌면 서울의 더 좋은 병원과 더 실력 있는 의사에게 보인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려지지 않는다.
흙수저로 태어나 여전히 힘없고 백 없는 소시민으로 살고 있는 나는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부럽다. 그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