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씨 2023년 12월 30일 오후 12시 40분 사망하셨습니다. "
의사의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심폐소생술로 분주했던 응급실이 여자의 울음바다가 되었다. 환자의 보호자의 울음소리였다.
"아이고 바보야 "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왜 그랬어"
"이게 뭐야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따라갈걸"
"한마디라도 더 들을걸"
울음소리에 섞여 간간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응급실안에 수액을 맞고 있던 환자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사망한 애닮은 보호자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어야 했다.
들리는 소리로 남편이 사망한 듯하다. 우울증에 걸려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왜 죽었대요?"
갑자기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자 수액을 맞고 있던 옆침대 환자도 당황해서 일어나 앉았다. 옆자리 환자에게 내가 질문을 했다.
"모르겠어요. 심정지가 왔다는대요"
그저 간간히 들리는 소리로는 무엇때문에 사망했는지 정확히 알수가 없었다.
오늘은 엄마의 마지막 항생제 주사를 맞는 날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다른날 보다 외래환자가 많았다. 기다림 끊어 의사선생님을 만나 처방을 받았다. 주사실 입구에서 대기 하고 있자 간호사가 먼저온 할머니의 수액을 맞혀주며 하는 말이 들렸다.
"응급실에 심폐소생술 환자가 있어서 의자에 앉아서 맞으실께요"
엄마도 휠체어에 앉은채 주사를 맞게 되었다.
토요일이라 12시반이 되어가자 병원외래는 모두 문을 닫게 되었다. 응급실로 수액을 맞는 환자들은 모두 이동해야했다. 수액을 다맞으면 주사 바늘을 빼주어야 하는데 응급실 간호사들이 마무리를 해야만 해서이다.
"괜찮으시겠어요 지금 심폐소생술 환자가 있어 좀 그런데.."
엄마의 휠체어를 밀고가던 간호사가 양해를 구하는듯 말했다.
응급실을 방문했던 여러차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뭐 어떻겠어 라는 생각으로 대답했다.
"응급실 익숙해서 괜찮아요"
응급실 문이열리자 침대에 쭉뻗어있는 환자의 다리가 보였다. 파란가운을 입은 병원관계자가 보였고 누군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못볼것을 본것 같아 고개를 돌리고 제일 안쪽 침대로 향했다. 그렇게 불과 몇분이 안되어 의사의 사망선고가 들려왔다.
"ㅇㅇ야 너희 아부지 없이는 나 못사는데 나 이제 어떻하냐"
떠난 남편을 붙잡고 애타게 부르짖는 부인의 말이 들렸다. 말없이 떠난버린 남편을 향해
"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데"라는 말이 이제 이제 "나는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 로 바뀌어 있었다. 허망하게 떠난이는 말이 없지만 남겨진이들은 떠난이의 아픔까지 홀로 짊어지고 앞으로 남은 세월을 견뎌내야만 한다.
한생명이 이세상을 떠나 저 하늘의 별이되었다. 그의 죽음이 어떤 경로인지 알수 없었다. 그러나 유가족의 말하는 목소리를 들어보아 병으로 죽은 것은 아니라는 감이 왔다. 갑자기 며칠전 영면한 연애인이 생각났다. 어쩌면 오늘 세상을 떠난 생명도 그 연애인을 따라한 것은 아닐까 의심을 해보았다. 생각만 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