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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Jan 04. 2024

응급실 풍경

오늘도 응급실은 만원이다. 초등학교에 다녀 보이는 어린이가 수액을 맞추고 있는가 하면, 아직 3살도 안 돼 보이는 아이가 수액을 맞기 싫어 울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80대 노인이 혈액을 공급받고 있기도 하고, 두 다리가 절단된 여성이 누워있기도 하다. 그리고 맨 구석에서는 교도소에서 온 환자가 수액을 맞는 동안 3명 정도 되는 교도관들이 지키고 있기도 하다.

오늘도 119차가 환자를 싣고 응급실 앞에 도착한 모습을 보며 병원에 도착했다. 일주일 항생제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2주까지는 맞아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날짜상으로 2주가 이제 되어간다. 엄마의 인공고관절 염증에는 차도가 없고 조금씩 더 커져가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매일 맞는 항생제에 희망을 걸어본다.

처음 주사를 맞을 때만 해도 아파서 안 맞겠다는 엄마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는지 병원에 가는 것을 마다 하지 않고 있다.  정형외과 선생님을 만나고 주사액을 맞기 위해 응급실로 향한다. 주사실의 침대는 공간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기 힘들다는 이유다. 단발머리 간호사는 오늘도 한방에 혈관을 찾아 바늘을 꽂았다. 백발백중이다.

"입원실에서는 두세 번은 꽂아야 하는데 진짜 잘 찾으시네요"

나의 말에 간호사는 미소를 짓는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은 할머니들은 혈관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벌써 13번의 혈관을 단 한 번에 실패도 없이 성공한 셈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독감이 유행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 중 가장 많이 오는 경우가 독감 때문인 것 같다. 추위가 풀렸지만 지난 며칠 강추위에 유행을 피할 수 없는 분들이 많았나 보다.
오늘도 응급실은 만원이다. 옆자리에는 기침하는 할머니가 수액을 맞기 위해 누워계신다. 괜히 조바심이 난다. 혹시 독감이라도 전염되면 어쩌지 물론 그럴 확률은 낮지만 괜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몸을 사리게 된다. 오늘 보니 응급실의 침대보가 일회용으로 거의 바뀌어 있다. 어제 보이던 교도관들은 오늘도 환자 옆에서 대기 중이다. 이제 내일로 응급실 방문은 당분간 졸업이다. 응급상황에 잘 대처했기를 바란다.
14번의 항생제가 인공관절의 균을 모두 전멸시켜 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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