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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Oct 03. 2024

엄마의 바쁜 새벽

"아야 느그 아부 아빠 이불"
"뭐?"
"느그 아빠 이불 밍크담요로 갖다놨다"
아버지는이미 돌아가셨는데 오늘밤 엄마의 생각주머니는 아직 살아계신 분이시다.
시계를 봤다.
새벽 한시다.  ㅠㅠ


"아야 밤.."
"배고파 엄마?"
저녁을 많이 드시지 않은 엄마가 배가 고프신 걸까?
"밤..줏어다 놨어야 이맘큼"
밤을 줏어 놓으셨다는 말이었다. 며칠전시골에서  밤 줍기를 했는데 그날의 기억이 나신걸까?
새벽세시 ㅠㅠ

무얼하시는지 침대에서 꼼지락 거리를 소리가 계속 들린다.
"엄마 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일어나서 나가려고 그랬다. "
본인이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나 있어"
"너있냐 그럼 그냥 잘란다."
새벽 다섯시 ㅠㅠㅠ


웬인일지 소변 마렵다는 말씀은 없으시다.  새벽에 시간마다 깨시더니  뭔가를 찾는지  무얼 하시는 사부작거리신다.
"엄마 나 더 자야돼 일어나지 마"
7시~

아침에 일어난 엄마가 오늘따라 말을 걸어온다.
"느그 아빠 이불은 어디있냐?"
지난해 덮었던 밍크담요 이불을 보여드렸다.
"내가 줏어논 밤은?"
"아침 밥에다 넣었어"
밤사이 기억이 모두 사실인듯 어제와 오늘 오늘과 어제의 기억이 아리송하지만 그것도 그냥 사실인듯 넘어간다.

"내가 이상해야 심장이 벌렁거리고 머리가 내정신이 아니여야"
푹 주무시라고 드린 분홍색 알약 한알이 잠을 더 못이루게 한 날이다. 좋은것도 맞지 않으면 약효과가 역으로 나는법을 알면서도 다시 시도해보았지만 역시 아닌듯 ~

"엄마 좀 자"
"밤에 자야재"
주무시라는 나의 말에 저녁에 자야 한다는 것은 알고 계시니 얼마나 다행인가.

낮에 밝은 빛이 비추듯 밤에는 어둠도 있는법 그 어두움까지 사랑해야 밝은 낮의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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