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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추억의 고무줄 놀이

by 약산진달래 Jun 06. 2021

술래잡기 고무줄놀이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지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노래에 나온 놀이는 어린 시절 모두 재미있게 즐겨 하며 놀았다. 


술래잡기는 장소만 있다면 어린아이들이 모두 모여 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놀이 중 하나이다. 작은 섬마을 우리 동네에서도 술래잡기, 망까기 (비석 치기 놀이) 말뚝박기까지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참 재미있게 놀았다.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면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어느새 해가 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저녁밥을 하며  놀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가시내가 해가 지도록 안들어 오고 뭐한다냐 빨리 들어와라 ~"

"늦게 오면 밥 안준다."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만의 점유물처럼 놀았던  놀이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놀이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지금 생각 나는 놀이가 있다면 바로 고무줄놀이이다. 고무줄놀이를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지켜보는 것도 재미 있었다.  고무줄놀이는 혼자서 하기 어려운데 누군가 잡아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골집 마당은 아주 넓었다. 고무줄을  길게 늘여 뜨려 당기며 넓은 마당에서 고무줄놀이를 혼자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집 기둥과 빨래 줄을 고정시키기 위해 세워진 긴 막대는 고무줄을 메 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였다. 

여자아이들이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하려고 할 때 모두 둥글게 모여 '대댄찌' 라는 구호와 함께 손등을 내밀거나 손바닥을 내민다. 그리고 손등은 등끼리 손바닥은 바닥끼리 서로 편이 된다. 어떤 편은 고무줄을 잘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고무줄을 잘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보통 키가 작은 친구들은 고무줄을 잘 하기가 힘들다. 


고무줄놀이 방법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발바닥 밑에서부터  무릎 허리 어깨 머리까지 한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서서히 고무줄 높이가 올라간다. 

고무줄놀이는 다리가 짧거나 키가 작으면  다음 단계로 높이 올라갈 수가 없다. 나는 다른 동네 아이들 보다 키가 컸고 다리도 참 높이 올라갔다. 그러나 높이 올라갈 때마다 허벅지가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했다. 어떻게든 좀 더 높이 올라간 고무줄에 다리에 걸치게 해보려고 다리를 최대한 찢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무줄에서 노래에 따라 다리의 스텝을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새신을 신고 뛰어 보자 펄쩍 머리가 하늘 가지 닿겠네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뼝뼝뼝 봄나들이 갑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과자와 사탕을 싣고서 엄마방에 있는 우리 아기한테 갖다주러 갑니다

고무줄놀이를 하며 불렀던 기억나는 동요들이다. 다른 노래들은 이해가 가지만 군인들이 부를 법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했다고 생각하니 반공정신에 대한 교육이 투철한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국민학교에서 땡땡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되면  여자아이나 남자아이나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놀았다. 운동장뿐만 아니라 물론 복도에서도 어김없이 여자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하고 놀았다. 


가끔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의 고무줄놀이를 방해하거나 고무줄을 끊고 도망을 가는 일도 있었다.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추고 가는 남자 아이들도 있었다. 개구쟁이 남자아이에게 아이스께기를 당한 여자아이는 주저앉아 울거나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섬에 사는  여자아이들은 어리다고 절대 만만한 아이들이 아니다. 모두 다 한 가닥씩  하는 성격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언제가 엄마에게 고무줄놀이를 하고 놀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고무줄놀이를 친구들과 하고 놀았다고 가르쳐 주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방망이로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금 나와라 와라 뚝딱 은 나와라 와라 뚝딱 

전래 동요처럼 내려오는 노래를 부르며 하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엄마가 고무줄놀이를 하는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본다. 그 옛날 옛날 어린 여자아이들이 놀았던 고무줄놀이는 계속 전래되어 딸세대 까지 이어져왔다. 


나의 어린 시절 고무줄놀이는 여자아이들이 땅과 하늘을  벗 삼아 온몸으로 뛰어놀던 신나는 놀이였다.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던 시대에는 자유롭게 어디서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술래잡기를 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아니 어린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것 자체를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놀이방을 가야만 그곳에서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노는 것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코로나로 인해  함께 모여 노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요즘 여자아이들은 학교에서 모이면  무슨 놀이를 하고 친구들과 놀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직도 쉬는 시간이면 복도든 운동장이든 달려나가 고무줄놀이나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을까?  초등학교 교정이 궁금해진다.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과자와 사탕을 싣고서 엄마방에 있는 우리 아기한테 갖다주러 갑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넓은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여자아이들이 모여있다. 누군가는 고무줄을 잡고 있고 누군가는 구경을 하기도 한다. 하늘과 바다 땅과 벗 삼아 고무줄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흘리는 코를 소매로 아무렇지도 않게 딱아 대며  꾀죄죄한 모습이지만 아주 생기발랄한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진출처 추억여행사진출처 추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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