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봄날 아침편지122

2024.8.18 한용운 <사랑의 측량>

by 박모니카

영어동화책 <도서관, Library 사라 스튜어트 저> 은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책 읽어준 경험이 있는 엄마라면 좋아하는 책입니다. 누구나 자녀들이 책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이 첫째니까요. 이 책은 제가 좋아해서 언젠가 내 이름의 도서관을 만들어야지 하는 꿈을 꾼 적도 있었답니다. 요즘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첫 번째 생일상, 돌상에서 ‘돈’보다도 ‘붓’을 잡아 공부 잘하는 아이이길 희망했던 부모의 마음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만큼 ‘책’이라는 물건은 영물(靈物이긴 한가 봅니다.


어제 철학 특강에서 중학생 20여명이 찾아왔지요. 책방 옆 중학교의 독서동아리 ‘책마실’팀 인데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이 맞나 할 정도로 신선한 배움의 현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끔 중학교에 진로코칭수업이 있어서 학생들을 만나면, 때론 걱정과 우려가 드는 상황들이 있는데요, 책마실 학생들이 보여준 책과 배움에 대한 성실한 태도는 일부 가졌던 불편한 생각들이 하나의 기우에 불과했구나 하는 안도감으로 전이되었습니다. 동시에, 저의 꿈 하나, ‘도서관만들기’ 까지는 못해도 책방문화라도 널리 퍼트려야겠다 하는 맘에 심지가 세워졌답니다.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더 다양한 독서문화공간을 제공해야지 라고 생각했네요.


하여튼 저의 책방손님들, 문우님들, 학생들 덕분에 준비했던 강연행사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특강 작가의 책을 무료로 나눌 수 있도록 예산지원도 받아서 더 좋았구요. 작가강연비와 간식준비 등을 제외하고 책 나눔에 다 써버렸더니,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책 사서 나눌 때의 돈이 가장 환한 미소를 가진 돈의 얼굴이 아닌가 싶어요. 책 선물이 최고라고 말씀드리려니, 책방지기의 본심이 나오는 것 같아 쑥스럽군요.~~

어제밤 소나기가 살짝 내리면서 뜨거운 지면의 열기가 수증기가 되어 올라가는 모습 속에 가만히 일부러 서 있었습니다. 마치 제 몸에만 증기캡슐을 씌워주는 듯, 습기로 가득 찬 곳에서 느끼는 아늑함을 느끼고 싶어서였어요. 땀방울인지, 빗방울인지, 이마에서 내리는 방울들의 미끄럼마저도 위로가 되었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아마도 행사 후에 몰려오는 노곤함 때문이었나 봅니다. 밤새 아무 생각도 없이 잠도 잘 잤으니, 간간이 내릴 소낙비로 땅도 식히고 맘도 식히는 휴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커피향이 코끝으로 스멀거리네요... 한용운 시인의 <사랑의 측량>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랑의 측량 – 한용운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양이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양이 적을수록 좋은가 봐요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와

두 사람의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양을 알려면 당신과 나의 거리를

측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거리가 멀면 사랑의 양이 많고,

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의 양이 적은 것입니다

그런데 작은 사랑은 나를 웃기더니,

많은 사랑은 나를 울립니다

뉘라서 사람이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고 하여요

당신이 가신 뒤로 사랑이 멀어졌으면

날마다 날마다 나를 울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어요

8.18 특강후1.jpg 사진제공<박세원문우, 은파호수 맥문동풍경>
8.18특강후3.jpg
8.18특강후2.jpg
8.18특강후4.jpg 영광중 독서동아리 <책마실>학생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봄날 아침편지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