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는 귀를 가진 사람은 행복하겠다. 참소리, 예쁜 소리를 듣는 귀를 가진 사람은 정말 행복하겠다.’ 라고 생각했던 어제, 그 순간. 제가 출판한 전재복 시인의 시집 <시발>을 들고 시를 낭송하는 한시예 벗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죠. 사실 시집 한권을 눈으로 끝까지 다 읽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소리를 내어 시를 읽는 사람은 훨씬 더 적지요. 종이에 고정된 활자가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나가면 신기하게도 날개 달린 글자로 변신합니다.
어떤 시는 읽는 이의 마음에 찰떡처럼 달라붙어 마치 그분의 시처럼 들리기도 했고요, 어떤 시는 시인의 마음을 싣고 더 높고 푸른 가을 창공으로 날아가기도 했지요. 좋은 목소리는 타고 나는 것이라, 평상어와 낭송어가 똑같이, 우아한 메아리를 달고 낭송하는 분. 모두 참 멋져 보였습니다. 동료들의 시 낭송과 환대에 둘러싸인 시인님. 이름 석자에 ‘복(福)’과 같은 음이 있으니, 분명 복많은 시인 임에 틀림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이 편지 다 쓰고 친정엄마와 목욕동행 하는데요, 때때로 아프시다는 말씀을 흘려듣기 할 때가 있다가도, ‘아니지, 사람이면 절대 그럼 안되지’라며, 다시 또 되묻습니다. 어디가 불편하신지를요. 팔순이 넘은 엄마랑 밥 먹고, 목욕하는 일이 천 번일까 만 번일까. 그런 생각의 끄트머리에 우리 복실이도 보이네요. 그에게 밥 주고, 목욕시켜주는 일이 또 천 번일까 만 번일까... 어제는 목욕을 시켜주는데 작은 혹이 그사이 자라서 제 주먹보다 더 컸더군요. ‘얼마나 힘이 들까. 말도 못하고.’ 제 의자 밑에서 꼼짝도 안 하는 복실이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크고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귀도 소중하지만, 너무 작아 들리지 않을 여리고 약한 슬픔의 소리마저도 잘 알아듣도록 연습이 필요한 듯... 귀를 쫑긋 세우고 다가가 귀를 대고 들으면 언젠가는 분명 들려올 테니까요. 오늘도 입은 적게 사용하고 귀는 많이 열어두는 자세로 살아봐야지요. 내일은 말랭이마을 10월 축제가 있어요. 같은 곳이라도 마음을 열면 늘 새로운 것이 보이니 가을 낙엽 밟을 수 있는 월명산 자락도 산책하실 겸 마을축제에도 와보세요^^ 도종환시인의 <가을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