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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25

2025.3.9 류시화 -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by 박모니카 Mar 09. 2025

권력의 힘으로 자유를 지배당하는 사람들. 성냄도 분노도 일순간에 땅바닥에 주저앉게 만드는 사람들. 이 순간 저는 2030청년들- 키세스단, 남태령단- 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어떻게 잡아넣은 윤씨입니까. 손 흔들며 승전하는 장수처럼 걸어나오는 그의 얼굴에 침이라도 뺏을수 있다면... 하고 그냥 누워버렸는데 자꾸 ‘침묵의 강’이라는 소리가 들려와서 깼습니다. 아마도 제가 꿈속에서 저를 위로하고 있었나봅니다. 분노만이 답이 아니다라고요.


박노해시인의 단시 중에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침묵의 어둠속에 뿌리 내리지 않는 나무는 푸르른 하늘을 향해 커 오를 수 없다’ 

이려운 상황을 분노와 성냄보다는 침묵으로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있을까요. 글쎄요... 전운의 색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또 불안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리도 일체의 뉴스소리를 차단하고 위궤양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속 마음을 달래야겠습니다. 


天網恢恢 疏而不失(천망회회 소이불실) - 하늘의 그물은 넓고 성긴 듯 해 보이지만 놓치지 않는다 –고 하였으니(도덕경73장), 반드시 진리가 살아있음을 믿고 보겠습니다. 

류시화시인의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류시화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할 말이 없거나 말 주변이 부족하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것의 의미를

잃었을 수도 있고

속엣말이

사랑,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에서

머뭇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 안에서 홀로 견디는

법과

자신 안에서 사는 법

터득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겨울이 그 가슴을 영원한

거처로 삼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단지 봄이 또다시

색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새들이 그 마음속 음표를

다 물고 갔다고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     


외로움의 물기에 젖어

악보가 바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동행 없이 혼자

걷는다고 해서

외톨이의 길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길이 축복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었으나

가슴 안에 아직 피지

않은 꽃들만이

그의 그림자와 동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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