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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클루니 Oct 06. 2024

09화 가슴앓이

꿈이 이루어지는 길

어둠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단, 불을 켜는 걸 잊지 않는다면. 


- J.K. 롤링 - 


길거리 음악 차트가 유행하던 시절, 

길을 지나가다가 처음 듣는 노래에 마음이 끌렸다.


'밤 별들이 내려와 창문 틈에 머물고

너의 맘이 다가와 따뜻하게 나를 안으면

예전부터 내 곁에 있는듯한 네 모습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네게 주고 싶었는데

골목길을 돌아서 뛰어가는 네 그림자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그 큰 두 눈에 하나 가득 눈물 고이면

세상 모든 슬픔이 내 가슴에 와닿고

네가 웃는 그 모습에 세상 기쁨 담길 때

내 가슴에 환한 빛이 따뜻하게 비추는데

안녕 하며 돌아서 뛰어가는 네 뒷모습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세 번째 시험을 준비하던 2001년도 가을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들은 양하영 님의 '가슴앓이'이다.


그 시절 두 번째 시험에 떨어지고 낙방한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성당에서 친절하게 대해줬던 고등학교 선배 누나가 갑자기 위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늦게 듣고 서울대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다. 하지만 누나의 상태가 위중해 인사도 못 드렸는데 그 상태로  고생하시다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안타까움과 슬픈 마음에 상주분을 도와 장례 기간 동안 옆에서 필요한 일들을 도와드렸다.


누나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슬픔을 잊으려고 노력하며 다시 마음 잡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12월 말에 성당에서 사랑하는 대부형의 형님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해 들고 학원에서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영정 사진 앞에서 형님께 절을 하고 이성을 잃고 울어대는 대부형을 안고 함께 한참을 울었다. 


시험의 두 차례 낙방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겹쳐져, 그냥 사는 게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 시절 우연히 길에서 듣게 된 '아 어쩌란 말이냐 이아픈 가슴을...'이라는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아파하고 슬퍼하는 소중한 분들께 시험 합격이라는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나는 수석 합격 하겠다고 다짐하며 졸릴까 봐 밥도 줄여가면서 더 굽혀지지 않는 허리가 되어갔다. 


2002년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월드컵 4강의 신화로 잊히지 않는 즐거운 해였지만 나에게는 29세 나이로 꿈의 벼랑 끝에서 인내하며 치열하게 시험 준비를 해야 했던 고난의 시기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한 시험은 나름 잘 봐서 기대감이 컸다.

필기시험 합격에 이어 체력테스트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고, 가족 신원 조회와 최종 인터뷰를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하셨다.

이유를 물어보니, 예전에 이혼을 하시고 재산 분할 하면서 갖고 있던 돈으로 식당을 하다가 IMF가 터지면서 재산을 모두 잃으신 적이 있었다고 하셨다.

당시에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모든 걸 내려놓고 사회와 떨어져서 지내셨는데 이때 주민등록이 1년 정도 말소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서 무서워서 피했다고 하셨다는 거다. 


그 통화가 끝나고 나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은 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마음에서 눈물이 났다.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픔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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