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알아차리는 시간

by 은하수

요즘 아침마다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는다.


오늘도 책을 읽다 문득 3분 정도 명상을 해보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떠오른 감정은

불안, 두려움, 서운함, 그리움, 사랑…

참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겨울이 되니 강연이 줄어

일이 뜸해지는 계절이 오면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불안이 스친다.


딸이 요즘 나에게, 다른 가족들에게

불만과 분노가 많아진 것 같아 걱정이고,

밖에서 제대로 밥을 챙겨 먹지 못해

몸이 더 붓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올라온다.

두 살 어린 남자친구와는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도...

걱정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엄마와 이야기 나누고 늘 내 편이던 아이가

요즘은 사춘기 십 대 같은 눈빛을 하고

밥만 먹고 쌩 가버릴 때 느껴지는 서운함.


나만 제외된 것 같은 친정 형제들 사이에서의

소외감, 서운함도 있다.


매일 집에서 귀찮게 굴던 아들이

예비군 훈련으로 나가 텅 빈 집을 보니

그 익살맞던 모습이 또 그립다.


아, 이런 것이 엄마로서의 사랑이구나.

이런 것이 자식, 형제로서의 불만이기도 하구나.


나는 한 사람인데

상황에 따라, 내가 처한 처지에 따라

너무나 상이한 감정이 일어나는구나.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도 이런 감정에 휩쓸려

살다가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몸과도 이별하는 날이 오겠지.

몸은 언젠가 나(존재)와 이별할 텐데

내 안에 들어오는 숨처럼

갖가지 부정적 감정에 계속 휘둘리다 보면

좀 더 오래 쓸 수 있는 몸도

일찌감치 고장이 나게 될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지만

바람이 거셀 때는 잠시 실내에 머물며

바람을 피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에게 생기는 모든 일들,

타인으로부터 생기는 감정은 바람과 같은 것이다.

나는 바람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아늑한 실내에 들어가

창밖에 부는 바람을 바라보다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나가면 된다.


그게 내 마음을 돌보는 알아차림이고,

명상으로 얻는 지혜다.


최근 읽고 있는 책 <어웨어니스>에서도

글쓰기가 그 지혜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줄리아 케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로 시작된 모닝페이지 쓰기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만의 명상 시간,

나만의 아늑한 실내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걷기, 쓰기, 읽기, 달리기, 음악…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살리는

알아차림의 행위이자 도구들이다.


지금 방금 3분 명상을 통해 알게 된

마음속 바람들은 나만 느끼는 바람이라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강연 없는 겨울은

그동안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을 만들고

관련 프로그램과 활동지를 만드는 시간으로 채워질 것이다.

오히려 바쁜 계절이 될 테니 시간 조절을 잘해야 한다.


딸은 바깥세상에서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니

그냥 너그럽게 기다리자.

아들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에 격려를 아끼지 말자.


그리고 형제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내 자리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조용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감정은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잠시 창가에 두듯 바라보기로 하자.

바람이 잦으면

마음도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아갈 테니까.


바람은 직접 맞으면 춥고 스산하지만

따스한 공간에서 보면

‘흔들리는구나~’ 하고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처럼

내 마음도 그랬겠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늘 이렇게 글쓰기는 나에게 새로운 앎을 선사한다.

독서를 통해 얻은 통찰로 한결 가벼운 하루를 알아가는

50대의 하루를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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