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태어나서부터 새로운 곳에 던져진 우리들은 낯선 환경과 원치 않던 자극에 노출되게 되고, 그때부터 각자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각자의 개성은 무시된 채 일반적 통계의 결과값으로만 평가되어지는 우리들의 감정은, 우리가 울 때도 웃을 때도 감사하지만 부모님의 일반적 통계치에 따라 평가되게 된다.
미운 네 살도, 사춘기도, 모두 나보다 앞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평균치와 경험치를 반영한 결과에 나를 빗대어 해석되는 단어들일뿐.
실제로 나란 사람을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이는 없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할 때도 일찍 결혼한 사람과 노총각, 노처녀, 독신. 모두 사회적 역사와 통념이 만들어낸 단어에 우리 모두를 짜 맞추는 생각의 결과들이며, 이러한 단어들에 맞춰져야 하는 우리들은 눌러지고 부풀려져 본래의 모습이 아닌 사회적 모습의 우리들로 되어가기 위한 전쟁을 시작하곤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또다시 낯선 환경과 자극 속으로 어쩌면 두 번째 태어남을 겪게 되고, 어둑어둑한 찬 공기를 마시며 문을 나서게 된다.
차갑기만 한 공기는 우리의 폐 속 깊이 들어오고 들어온 차가운 공기를 따스히 데울 여유조차 갖기 전에 나보다 먼저 세상으로 나온 이들의 간섭 아닌 간섭이 시작되어 내 감정은 아무도 묻지 않고 모두의 감정만 강요하는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감정 노동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들 또한 세상 속 갓 나온 이들을 향해 일반적인 사회의 감정을 쏟아내게 되고, "이렇게 하는 거야.", "다들 이렇게 하고 살아." 라는 무미건조한 통계적 평균치의 위로와 함께 모두를 감정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이끌게 된다.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곳에서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 없이 그저 위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아래를 볼 수 있는 이들 또한 사회라는 커다란 괴물이 만든 우리 속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든 것들을 으레 당연한 듯이 통제하고 관리하며 여럿이 모인 공동체를 앞으로 앞으로 굴려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삶을 지향하는 여럿이 모였기에 어찌 보면 굴러가는 이 커다란 공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이들이 알듯이 공은 둥글기에 굴러가는 것일 뿐. 굴러가는 공이 모두가 바라는 공은 아닐 수 있음을 하나의 공을 가진 여럿 중 한 명이라도 알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 공은 모두의 공이 아닌 게 된다.
각자의 공이 마치 우리의 공인 것처럼 굴리는 이들에게서 한숨 섞인 불만과 함께 눈치 싸움이 시작되고, 처음과 다르게 동그랗던 공은 각진 네모가 되어 더 이상 힘을 줘도 구르지 않게 된다.
우리의 힘이 빠져서도 아닌, 함께 하던 이들이 줄어들어서도 아닌, 공이 각져 네모가 되었을 뿐인데, 서로 굴리는 방향이 달라졌을 뿐인데, 우리는 우리들 각자가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이제 지쳤다고. 위로인지 토로인지 모를 스스로를 자책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점점 많아지게 되고, 어두워진 밤하늘과 함께 더 센티해진 감정 속에 그 누구도 돌봐주지 않을 스스로의 감정 전쟁을 다시 시작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지만, 각자의 상황이 다르지만 모두가 감정 전쟁을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남녀노소 모두 각자의 전쟁터에서 처절히 싸워가고 있는 하루하루를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간섭해서도 안된다.
전쟁은 말 그대로 전쟁이고 그 전쟁을 끝내는 이들은 그 전쟁을 시작한 이들이어야 하기에.
언젠가는 끝낼 끝내고 싶은 전쟁을 하고 있는 이들이여, 멈춰 선 공을 굴리고자 오늘도 애를 쓰고 있는 이들이여.
각자의 전장에서 오늘 하루도 살아남길..
서로 다른 전쟁터에서 감정을 소비해 가며 각자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지키고자 이루고자 노려하고 있는 이들이여.
스스로의 감정에 져서 울지 않길..
오늘 하루도 더욱더 처절하게 치열하게 싸워가고 이겨나가기 바란다.
On Va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