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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Aug 20. 202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생각하는 보헤미안

커버 이미지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캔버스에 유채, 236 cm×172cm, 197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내가 참 좋아하는 시 구절이기도 하지만 가끔 기분 좋은 날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면서, 유심초가 부른 히트곡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서 시를 배우고 외울 때, 김광섭 시인은 「성북동 비둘기」로 유명했지만 나는 이 시가 더 좋았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밤이 깊을수록/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이렇게 정다운/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 전문     


이 시는 생명 자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노래한 김광섭의 후기 작품으로 화려한 시적 수사를 절제해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물질문명으로 인해 인간적인 따뜻함과 진솔함을 상실해가는 현대인들의 고독한 모습을 '별'과 '나'의 대조를 통해 존재론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형상화한 수작으로 평가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저녁에 (두산백과)


이 시가 발표되자 화가 김환기는 뉴욕에서 이 시를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한국에서의 모든 명성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난 화가 김환기.

그는 뉴욕에서 아내와 더없이 행복했지만 낯선 이국에서의 화가로서 삶은 힘겨웠다.

김환기의 아내인 수필가 김향안 여사. 그녀의 옛 이름은 변동림으로 천재 시인 이상의 아내였다.

오빠의 친구인 시인 이상과 사랑을 불태우며 결혼했으나 결혼생활 기간은 약 3개월이었다. 이상과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한 변동림은 이혼남인 김환기를 만나 집안의 반대에도 결혼식을 올리고 김향안으로 개명하게 된다.

김환기를 위해 사랑의 조력자가 되어 그를 뒷바라지하고 예술혼을 불태우게 하지만, 화단에서 잊혀졌다는 생각에 김환기는 스스로 무기력해져 가고 있었다. 그때 친구 김광섭이 발표한 「저녁에 」라는 시를 읽고 다시 붓을 잡고 캔버스에 점을 찍기 시작한다.     


1970년 한국일보사에서 주최한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에 김환기는「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출품하여 대상을 받았다. 반추상화에서 화면 전체를 점으로 찍은 추상화로의 변신은 당시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작품의 제목은 시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김환기는 이러한 자신의 점화에 대해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라고 그의 일기에 쓰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그리고 두 형제로 구성된 2인조 음악 그룹인 유심초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노래로 불러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경쾌한 연주와 부드러운 화음에 빠져 어디에서든 유심초의 노래를 애창곡으로 많이 불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하는 시구절이 아름다운 <저녁에>라는 시는 현대인의 고독과 상실감을 존재론적으로 승화시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이 되어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탄생하게 되고,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다시 만나게 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를 일이다.

악연이 아닌 좋은 인연으로,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든 다시 만나면 함박꽃 같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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