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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Oct 26. 2020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오늘은 이 노래

커버 이미지 : 이문제 5집 앨범


구름 한 점 없고 나뭇잎이 물들어 가는 계절, 가을은 걷기에 딱 좋다.

약간은 싸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지면 자연스레 노래도 흥얼거리게 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광화문 연가」는 아름다운 한 편의 시다.

자극적인 가사 없이 담담하고 잔잔하게 인생을 노래한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출처 : 이문세 「광화문 연가」가사 부분     

노래 첫 구절부터 마음을 흔든다.

세월은 흐르고 결국 우리들은 모두 떠나가지만 추억과 장소는 그대로 남는다.    

 

이문세는 1983년 《나는 행복한 사람》과 1984년에는 2집 《파랑새》를 발표하고 젊은 층에게 인지도를 쌓아간다. 그의 가수로서 성공은 1985년 당시 작곡가 이영훈을 만나게 되면서 그 빛을 발하게 된다. 이영훈과 함께 준비한 `난 아직 모르잖아요`라는 곡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그해 방송 순위 1위에까지 오르며 인기 가수 대열에 오른다. 이때부터 이문세-이영훈의 콤비는 80년대의 가요계에 팝 발라드 물결이 일게 했다. 
대표곡 : 광화문 연가, 난 아직 모르잖아요, 파랑새, 소녀, 이별 이야기, 그대와 영원히, 옛사랑 (드라마 눈이 부시게 OST), 빗속에서, 시를 위한 詩,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조조할인,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안개꽃 추억으로, 사랑이 지나가면, 깊은 밤을 날아서, 그녀의 웃음소리뿐, 한 번쯤 아니 두 번쯤, 오래된 사진처럼, 종원에게, 빨간 내복, 봄바람, 가을이 오면, 희미해서......  출처 : 위키백과      

 이문세의 대표곡은 너무 많아서 다 쓰기가 힘들 정도고,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오랜 인기의 그 비법은 무엇일까?

그의 목소리는 편안하면서도 사람을 이끄는 놀라운 힘이 있고 위트도 있다.

그래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꽃인 「별이 빛나는 밤」에 별밤지기로 11년간 진행을 맡기도 했었다.


특히 「광화문 연가」를 부를 때 그의 목소리는 철학자와 같다. 인생 이야기가 감미롭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빨리 광화문으로 가라는 마법을 거는 것 같다.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걷고 싶게 만들고, 눈 내리는 날이면 정동길에 있는 조그만 교회당으로 가게 만든다.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광화문은 꼭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 일지도 모른다.

노래 한 곡 때문에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큰 맘먹고 먼 길을 달려서 서울로 간다.

그래서 나도 몇 번 광화문을 가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봤지만, 아직 정동길에 있는 작은 교회당은 가보지 못했다.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정동길을 걷다가 작은 교회당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기고 싶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몇 해 전에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세종문화회관에서 관람했었다.

‘작곡가 고 이영훈의 명곡으로 태어난 감동의 무대!’라고 적혀 있었다.

왜 제목을 「광화문 연가」로 했을까?

이문세와 이영훈 콤비의 주옥같은 노래 중에서 인생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이기 때문은 아닐까?     


뮤지컬「광화문 연가」는 임종을 앞둔 중년의 명우가 시간여행을 안내하는 월하를 만나 젊은 날을 회상하며 겪는 이야기다. 죽음을 앞두고, 젊은 날의 아픔과 상처를 마주하는 중년 명우 역에 안재욱, 여행 안내자이자 극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월하 역에 차지연, 풋풋하고 순수했던 시절의 젊은 명우 역에 김성규가 열연했다.

명우의 옛사랑 중년 수아와 젊은 수아, 그리고 명우 아내 역을 맡은 연기자들의 노래실력도 훌륭했었다.

차지연의 노래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인기 탤런트 안재욱과 인피니트 메인보컬 김성규의 노래 실력에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뮤지컬「광화문 연가」는 리뷰만 봐도 저절로 보고 싶어 지는 뮤지컬이었다.

음악 따라 시간 여행...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 저마다의 옛사랑에 대한 기억을 소환시킨다.  -동아일보-

공연장 밖을 나서면서 내 인생에 1분이 남았다면 무엇을 추억하고 어떤 기억을 안고 떠나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    

 

모든 출연진들이 혼신을 다해 완성된 한 편의 뮤지컬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가슴이 울컥해지면서 그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나에게 생의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나는 무엇을 생각할까?

 내 인생의 어느 지점으로 돌아가고 싶어 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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