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내 큰 언니다. 언니는 나랑 달리 얼굴도 조막만 하고 어깨도 한 줌이고 발바닥도 손바닥만 하다. 나는 사자 같은 눈을 하고 있지만, 언니는 작지만 소 같은 눈을 하고 있다. 바깥에 나가면 아무도 우리가 자매인지 모른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각자의 사랑 얘기는 하지 않는다. 지나의 사랑 얘기는 내게 너무 축축하고, 나의 사랑 얘기는 지나에게 이미 기화되어 흩어진 무엇이다.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 다 식어서 사랑이 아니게 됐을 때만 만나던 사람이 있었다고 얘기한다. 걔랑 무슨 무슨 일이 있었다고 얘기한다.
지나의 애인이었던 이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은 우리 가족이 다니던 교회의 청년부에 열심히 다니던 그야말로 청년이었는데, 유노윤호를 닮았었다. 어린 지나는 더 어린 나한테 자기 연애 얘길 하진 않았지만, 그 사람을 의식해서 자기 이상형이 유노윤호라고 했었다. 그리고 지나는 그와 연애하면서 무슨 무슨 일을 했는지 아직까지 말하지 않는다.
지나 방에서 미경이랑 지나랑 누워있을 때였다 미경이가 지나랑 나한테 만나는 사람 없냐고 대뜸 물었다. 지나도 없다고 했고 나도 없다고 했다. 미경이는 딸들이 애인도 없이 자신과 누워있는 게 싫다가 좋아서 푸스스 소리 내면서 웃었다. 그때 문득 궁금해진 것이다. 우리 언니가 가장 사랑했던(하는) 걔의 근황이.
언니 전 애인은 요즘 뭐해.
누구.
남자친구도 아니고 애인이라고 하면 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어.
장가갔지. 애도 둘이래.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미경이가 또 푸스스 웃었다. 아이고 지나야 지나야 하면서 웃었다. 나도 따라 아이고 지나야 지나야 하면서 웃었다. 몇 마디 더 얹으면서 더 물어보니까 지나가 벌떡 일어나서 신경질을 냈다.
그 사람 얘길 왜 자꾸 하게 해!
미경이는 피곤하다면서 돌아누웠고 나는 내 방으로 내뺐다. 그날은 내가 열아홉 살이었던 여름이었고, 내가 종현이를 마지막으로 본 날은 열 살 봄이었다.
지나랑 내가 닮았다는 걸 이년 후 겨울에야 알았다. 언니랑 나는 얼굴이 아니라 어깨가 아니라 발이 아니라 눈이 아니라 사랑하는 방식이 닮았다. 감자탕을 먹으면서 내가 한 사랑치고는 꽤 무거운 것 같아서, 스무 살 때 사귀었던 걔를 못 잊겠다고. 너무 뜨거운 감자탕과 마음을 애써 식혀가며 고백했다. 지나는 소 같은 눈을 끔뻑끔뻑 감았다 뜨면서 별다른 말 없이
영화 같네.
했다. 지나간 사람을 잡고 오랫동안 순애하는 마음이 영화 같단 건지, 자매가 똑같은 슬픈 방식의 사랑을 한다는 게 영화 같단 건지 물을 수 없었다. 감자탕이 너무 펄펄 끓어서 기화된 물기가 너무 축축했기 때문이다.
2019.07.22 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