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그 나무 열매는 주변 흙과 세계를 보면 알지
그 열매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란 걸 나무는 알까
주변 모든 것이 자신의 열매를 맺게 한 영혼의 일부란 것을
자신을 사랑하듯이 그들 역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혼자 발버둥 쳐서 안 되는 것도
그들과 함께라면 조금씩 쌓아갈 수 있으리란 것을
이제 열매가 떨어지고 다시 뿌리를 뻗어 흙의 양분을 빨고
바람도 새들도 모두가 그와 함께 자라고
비까지 내려 온몸이 흠뻑 적셔져
스스로 보잘것없다고 느낀 자신의 몸과 영혼이
그들과 함께 가꾸어져
소중한 진주로 다시 태어나면
이제는 알게 될 거야
그가 맺은 열매는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의 온 존재들에 의해
스스로가 살려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 다시 바라본 세상은
온통 사랑뿐이라는 것도
그 사랑으로 세상 만물이 길러지고
이제 그 사랑으로 함께 흐르는 일만 남았다는 것도
20대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맨 처음 쓴 시였다. 젊을 때 우울과 어둠의 시간을 꽤 오래 거쳤는데도 맨 처음 쓴 시가 희망과 사랑에 관한 시였다는 것이 나 또한 놀랍다. 어쩌면 누군가의 모든 가슴속에는 자기도 모르는 지혜가 있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소크라테스의 내면에서 울렸던 다이몬의 목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