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결 사이 머문
한 장의 이야기가 가만히 날 부르네
모퉁이에 스친 숨결
아득히 멈춘 시간이 스며들어
말없이 담긴 눈빛 끝
지워질 듯 새겨진 순간을 더듬고
넘길 수 없는 자리마다
조용히 남아있는 너의 모습이네
뒤척일수록 선명해져
손끝에 닿지 않는 그날의 온도
흩어진 장면 속 어딘가
너와 내가 마주했던 날들이 있어
조각난 기억을 모은 듯
책갈피 사이로 번지는 그림자
감춰둔 마음이 머물며
나지막이 이름을 부르고 있네
덮어둔 채 남은 무늬
바람결 따라 멀어진 향기를 담아
저물지 않는 빛 속에서
끝내 우리를 다시 만나게 되리
물든 틈새마다 스친 너
아직 닫지 못한 한 장의 이야기가
끝내 이어질 그날을 품고
조용히 너를 기다리며 멈추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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