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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an 03. 2025

서린 꽃

바람(3)

차가운 결 사이 어딘가
하얗게 물들인 그림이 스며들고
가만히 스친 숨결 끝
아무 말 없이 흔적만 남기네

손끝에 얹힌 고운 빛
가까이 닿을 듯 사라져 가고
내밀던 마음도 모른 채
허공에 녹아버린 채 멈춰 있네

잎새 없이 피어난 꽃들
아무도 모르게 흩어지던 날들
눈부신 한 순간 속에서
끝내 닿지 못할 약속을 새기네

돌아보면 짙어진 하늘
잔잔히 번지던 하얀 조각들
눈길 따라 이어진 그림
다시금 너를 떠올리게 하네

머문 듯 흩어지는 꽃잎
바람 속 빛났던 우리 이야기
멈추지 못한 소리마저
차가운 땅 위에 내려앉네

서린 채 머무는 꽃들은
끝내 피어나지 못할 이름을 품고
멀어진 계절의 끝에서
가만히 너를 부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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