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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an 03. 2025

넘긴 자리

책(1)

고요히 잠든 틈 사이
낯선 손길이 남긴 흔적이 스미고
묶이지 않은 이야기들
차곡히 쌓여가는 날들이 있네

조용히 흘러간 기억
서랍 깊은 곳에 감춰두고서
한 겹씩 지나간 발자취
더듬어 그 끝을 헤아려보네

넘긴 자리마다 남겨진
잊힌 듯 머무는 낱말들 사이
보이지 않는 실 끝에서
언젠가 나를 부를 이름이 있네

구겨진 가장자리 위엔
멈춘 듯 흐르는 시간이 얹히고
흩어진 갈피 속 어딘가
가만히 속삭이는 소리를 듣네

어디서 멈춰야 할까
이어진 줄기가 끊어질 때까지
놓지 못한 작은 글씨들
끝내 나를 돌아보게 하고

지워질 듯 살아난 조각
끝없이 흘러도 닿지 못한 너
넘긴 자리마저 품어내
다시금 이어질 이야기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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