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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나간 자리

by 별하


그대를 안아본 적은 없으나
분명 스쳐간 적은 있었소

입김이 맺히던 밤이면
나는 자주 창을 닫고
그대가 되돌아보던 순간을
조용히 떠올리곤 하였지요

바람은 늘
머무르지 않기로 약속된 것이었으니
나는 그대를 붙잡지 않았소

다만 그대가 지나간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
한참 뒤늦게 아팠을 뿐이오

그믐이면
불 꺼진 방 안에
작은 기척이 들리는 날이 있소

나는 가끔
그게 바람인 척
그대인 척
착각을 하며 앉아 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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