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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by 별하


나는 한때
그대를 담으려 했소

말보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바람이 일어도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하지만 그대는
물이 아니었고
꽃도 아니었으며
기억조차 오래 머무는 법이 없었지요

결국
남은 건
비워진 나였소

가끔,
누군가 내 안을 들여다볼까
괜히 뚜껑을 덮고 살았지요

그믐이면
한참을 굽어보다
문득 나를 들고 간 듯한
그대의 손이
아직 따뜻하다는 착각을 하오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담는 대신
조용히
그대를 비워내는 중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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